한미 공군이 20일 제주도 서남방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일대에서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에는 특히 현존 전투기 중 무적으로 평가받는 미국 ‘F 22 랩터’ 스텔스 전투기가 동참했다. F 22의 한반도 전개는 약 4년 만이다. 앞으로 북한의 도발 수위에 맞춰 각종 미국 전략자산들의 한반도 방문이 한층 잦아지고 전개 기간도 기존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이날 미국 전략폭격기 ‘B 52H’가 한반도 인근에서 전개된 것을 계기로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일본 가네다 기지에 주둔 중이던 미 공군의 F 22도 이번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군산 기지로 날아왔다. F 22는 이번 주 내 국내에 머물며 우리 공군의 F 35A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훈련할 예정이다. 훈련 후 B 52H는 카디즈를 벗어나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공군은 스텔스 전투기 F 35A와 강력한 폭격 능력을 자랑하는 F 15K 전투기를 참여시켰다. 국방부는 “한미 군사 당국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되게, 빈도와 강도를 증가하여 운용’하기로 합의한 것에 따른 미국의 확장 억제 실행력 강화의 일환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미군 F 22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2018년 5월 한미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국은 F 22 전투기 8대를 보내 광주 기지에 착륙시켰다. 맥스선더는 한반도 전시 상황에서 미국의 증원 공군이 긴급히 국내에 전개하는 훈련이었다. 이번에 약 4년 만에 F 22 전투기들이 한반도에 다시 전개된 것도 최근 북한이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각종 군사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라는 게 군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북한은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잇따라 실시하고 고체연료로켓 엔진 지상 시험을 감행해 사실상 미국 등을 겨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은 한미일을 각각 위협해 3국간 안보 협력을 와해시키고 한국을 고립시켜 유사시 미군 등의 증원에 차질을 주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돼왔다. 이런 가운데 가네다 기지에서 F 22가 날아왔다는 것은 미국이 확장 억제 안보 공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유사시 스텔스기로 북한을 선제 타격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F 22는 레이더에 탁구공보다 작은 크기로 보이기 때문에 북한의 방공망이 아무리 촘촘해도 탐지하기가 어렵다. 오산에서 이륙해 최대 속도(마하 2.4)로 비행할 경우 7분 정도면 평양의 지휘부를 저위력 전술핵폭탄 등으로 정밀 폭격할 수 있다. B 52H는 속도는 느리지만 나는 폭탄 항모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폭장량을 자랑한다. 최대 폭장량이 31톤에 달하며 여기에 각종 B 61계열의 전술핵폭탄, AGM 86 핵순항미사일 등도 탑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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