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1일 첫 현장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국정조사계획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한 달 만이다. 국정조사는 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뒤 국민의힘이 보이콧을 선언해 공전을 거듭했다. 전날 유가족을 만난 뒤 국민의힘이 전격 합류 결정을 내리면서 우여곡절 끝에 국정조사가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유가족들은 이날 현장을 찾은 여야 위원들에게 “왜 이제 왔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특위 위원들은 먼저 녹사평역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분향소에 있던 유족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일부는 “국정조사 진실 규명” 구호를 연신 외쳤다. 보수 단체인 신자유연대는 ‘국정조사 반대’ 집회를 열고 있었다.
조문을 마친 특위는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로 이동했다. 우 위원장은 “지금부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얼마나 고통스럽게, 얼마나 아프게 유명을 달리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서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들은 관계자들에게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받은 뒤 이태원파출소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유족들은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경찰은 없었다” “여당도 야당도 무엇을 했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파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자 크게 항의하기도 했다. 질의가 끝난 뒤 우 위원장은 파출소 앞에서 기다리던 유족들을 만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위원들은 서울경찰청과 서울시청 등에서 현장 조사를 이어갔다.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찰청에서 이태원 위험 분석 보고서를 삭제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따져 물었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그것은 알 수(없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9시에 ‘코드제로’를 내린 다음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여러차례 들어왔는데도 인지를 못했다는 것은 경찰청 112센터의 직무유기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위는 23일 서울 용산구청과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한 2차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국조특위는 정상화됐지만 10·29 참사를 두고 여야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가의 책임과 국민의 피눈물, 여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정권이면 패륜 정권”이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참사가 벌어지자마자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혈안이 됐던 것이 민주당”이라며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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