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주도로 국민의힘이 당 대표 선거의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현행 70%에서 100%로 올리고 있지만 정작 의도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당원 수가 급증해 당원 구성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 모임 ‘국민공감’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100만 당원 시대라고도 한다.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의 선택이 어디를 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당원 구성을 보면 20~40대 비율이 33%까지 올라왔다”며 “지역별로 봐도 영남 비중이 40%이고 수도권이 전체의 37%”라고 설명했다. 과거 영남, 60대 이상 당원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것과 달리 당원의 세대·지역별 분포가 다양해져 당심(黨心)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선출되던 지난해 6월 당시 28만 명 내외이던 국민의힘 당원 수는 최근 79만 명까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당원의 65% 가까이가 최근 18개월 이내에 새로 가입한 셈이다. 당원 구성이 다양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규 당원의 상당수가 40대 이하, 수도권 유권자일 것으로 분석된다. 모두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집단이다. 전당대회가 내년 3월 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대부분이 전당대회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한 경우 책임당원이 되고 책임당원은 전원 당 대표 선거인단이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 룰 변경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제가 압도적이다 보니 국민의힘 지지층 한정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결국 민심에서 앞서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리서치그룹·에이스리서치가 17~19일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유 전 의원은 36.9%의 지지를 받아 차기 당 대표 선호도 1위에 올랐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한 조사에서도 나경원 전 의원(26.5%), 안철수 의원(15.3%)에 이은 3위(13.6%)로 김기현 의원이나 권성동 의원 등 친윤계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원 투표 100% 반영’ 조항과 함께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것 역시 이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윤계 후보가 한 명으로 압축되지 않을 경우 전통 지지층 표가 분산돼 유 전 의원이나 안 의원의 순위가 높아질 수 있어서다. 표 분산으로 이변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한편 당권 주자들은 당심 잡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2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지역 당원들을 만나고 있는 안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구가 필요하다고 부를 때 가장 먼저 달려오겠다”며 “저에게 당 대표 기회를 주신다면 반드시 은혜를 갚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중 인지도가 높은 데 비해 당원 지지율이 낮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김 의원과 장 의원 모두 친윤계 의원 모임 ‘국민공감’의 두 번째 모임에 참석하는가 하면 전날 경남혁신포럼에서도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두고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가 결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윤 세력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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