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이 내년 1월부터 국내 의료계 최초로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22일 세브란스병원 노조에 따르면 연세의료원 노사는 지난 11월 말 참여부서와 대상자 선정, 근무표 운영 기준 등의 내용이 담긴 주4일제 시범운영(안)에 합의했다. 이후 참여자 선정까지 완료하고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둔 상태다.
국내 최초로 의료인 대상으로 시행되는 주4일제 근무는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소재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3개 병동에서 1년 동안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된다. 부서당 5명이 6개월 단위로 참여해 총 30명이 주 4일제로 근무하는 형태다. 현재 부서 정원이 30명 내외임을 감안할 때 부서 인원의 3분의 1이 주4일제를 경험하게 된다.
연세의료원 노사는 주4일제 시작에 앞서 인력 투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추가 투입 인력은 경력자 배정을 우선하고, 투입 시기도 시범사업 시작 전 최대한 빨리 배정하도록 안배해 교육에 들어갔다. 간호업무 특성상 부서 이동 초기 부서적응, 교육 등으로 일시적으로 부서원들의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연세의료원 주4일제 시범사업 TF’를 발족하고,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간과 강도, 직무 및 기관 만족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동일부서 주5일 근무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권미경 세브란스병원노조 위원장은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모든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추는 게 목표"라며 "향후 결과 보고는 물론, 전문가 자문과 대안까지 하나로 완결된 형태의 연구사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주 4일제는 세계 각국 다양한 업종에서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번아웃, 피로도가 감소하고 일과 삶의 균형, 정신 및 신체적 건강 등이 개선된다는 결과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벨기에는 지난 2월 유럽연합(EU) 최초로 주4일제를 도입했고, 아랍에미리트는 올해부터 모든 정부 부처가 금요일 오후부터 쉬는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다.
인력 의존도가 높은 데다 조직 분위기가 보수적인 대형 병원에서 주 4일제가 시도되는 만큼 의료계 안팎에서도 연세의료원의 시범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주 4일제 도입이 조직 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인건비 지출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연봉 조정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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