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에서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가 설정한 '100m 집회 금지 구역' 가운데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 A씨는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2016년 10월20일 옥외집회 및 시위를 신고했으나 서울종로서장은 신고 장소가 대통령 관저 경계로부터 100m 이내에 있어 집시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에 A씨는 통고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중 '대통령 관저' 부분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집시법 11조가 설정한 100m 이내 집회 금지 구역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이다. 위반 시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에 대한 위험 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집회까지도 예외 없이 금지하고 있다"며 "막연히 폭력·불법적이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을 근거로 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이어 "국민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명하고자 하는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그 의견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며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라는 목적과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약 정도를 비교했을 때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심판 대상 조항은 2024년 5월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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