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되면서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정해진 만큼 학점을 채우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문재인 정부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체제 전반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고교학점제를 추진했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시범 적용되고 있으며 오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다만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적용을 미뤄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유예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새 교육과정 확정으로 당초 일정대로 시행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학점제 도입으로 고교 교육과정과 평가체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본다.
◇국어·수학·영어 수업시간 105시간 감소=고교학점제 도입시 학생들이 졸업을 위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은 192학점이다. 1학점은 50분을 기준으로 한 학기에 16회를 이수하는 수업량이다. 각 과목은 학기당 기본 4학점(체육, 예술, 교양은 3학점)으로 배정됐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 이수 학점이 줄어드는 대신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의 학점이 늘어난다. 국어, 영어, 수학, 통합사회는 8학점, 과학은 10학점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국어, 영어, 수학 교과의 이수학점을 81학점을 넘어선 안 된다. 한국사(6학점), 체육, 예술(이상 10학점), 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 한문, 교양(이상 16학점)의 필수이수학점은 현행 수준으로 유지된다. 국어, 수학, 영어는 과목당 수업 시간이 현행 141.7시간에서 106.7시간으로 35시간씩 총 105시간 줄어든다.
학생들은 1학년 때까지 기초 소양을 위해 공통국어 1·2, 공통수학 1·2, 공통영어 1·2, 통합사회 1·2, 통합과학 1·2(이상 8학점), 한국사 1·2(6학점), 과학탐구실험 1·2(2학점) 등 공통과목을 듣는다. 2학년부터는 진로나 적성에 따라 일반·진로·융합선택과목 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현재 고등학교 교과목은 공통과목과 일반·진로선택과목으로만 구성돼 있다. 융합선택과목은 교과 내 혹은 교과 간 주제를 융합하고 실생활에 적용하는 내용이 중심이 되는 과목이다.
이 밖에 학생들은 소속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선택과목을 다른 학교와의 온·오프라인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수강할 수 있게 된다. 지역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연계된 수업도 이수할 수 있다. 학점을 취득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출석률과 학업 성취율을 충족해야 한다. 교육부는 추후 미이수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안내할 계획이다.
◇고1도 내신 절대평가 전환 검토=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고교 내신은 현행 1∼9등급제인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성취평가)로 전환된다. 교육부는 애초 선택과목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고1 때 주로 듣는 공통과목은 상대평가인 9등급제를 성취평가와 병기하기로 했으나 최근 고1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1만 상대평가로 할 경우 공통과목 등급을 올리기 위한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내신 절대평가 전환도 만만찮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학점 부풀리기가 대표적이다. 대학이 절대평가를 실시하면서 ‘학점 인플레’가 발생하자 학점별 비율을 정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한 것처럼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은 강남·서초·양천구 등 이른바 ‘교육특구’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쏠림 현상과 고교 서열화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 교육과정이 확정되면서 대입제도 개편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고교학점제가 예정대로 도입될 경우 현재 중1이 치를 2028학년도 대입제도를 이에 맞춰 개편해야 한다. 새 교육과정은 2025학년도부터 고1을 시작으로 3개년 간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확정할 예정이다.
교육계에서는 선다형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창의·융합 인재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고, 고교학점제로 전환되는 고교 교육과정과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 수능을 폐지하거나 논술·서술형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의 대입 예측 가능성과 교육 현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수능 위주의 현행 대입제도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미세 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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