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은 세계 1위다. 최근 발병률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인구 10만 명당 위암 발생 환자 수가 미국의 10배에 달해 여전히 질병 부담이 크다. 이런 가운데 위암 발병을 억제하는 새로운 단백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되어 관심을 모은다.
장대영 한림대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김홍태 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교수, 김용환 숙명여자대학교 생명시스템학부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위암 환자의 검체를 이용한 임상데이터 분석과 중개연구 및 기초실험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PWWP2B 단백질’ 변이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장 교수팀은 한국인 위암 환자 258명에서 정상세포와 위암세포 총 516검체를 분석한 뒤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의 4%, 리보핵산(RNA) 시퀸싱 분석의 12%에서 특이적으로 발현이 되나 기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PWWP2B 단백질을 발견하고, 그 기능을 연구했다.
PWWP2B 변이 양성 소견을 보이는 위암 환자 8명과 PWWP2B 변이 음성인 17명을 포함해 총 25명으로부터 각각 정상세포와 위암세포 총 50검체를 엄선해 전장엑솜유전체분석(WES·Whole-Exome Sequencing)을 시행한 결과 PWWP2B 단백질이 세포의 핵에 존재하는 단백질로서 UHRF1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통해 DNA 이중사슬 손상(DSB·Double-Strand Break)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PWWP2B 단백질에서 결핍?손상?복제 등 변이가 발생하면 세포민감성을 증가시켜 손상된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복구하는 기전에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즉 체내 PWWP2B 단백질 변이가 일어나면 우리 몸은 손상된 DNA를 복구하지 못하고, 유전자 돌연변이가 축적돼 결국 위암의 원인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PWWP2B 단백질은 MRE11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통해 DNA 이중사슬 손상이 일어난 부위에 DNA 말단이 절제되는 상황이 발생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생성된 단일 가닥에 RPA2, RAD51과 같은 단백질들이 결합해 상동 재조합(Homologous Recombination)이 일어나 손상된 DNA가 복구되는 것이다. 실제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PWWP2B 단백질이 결핍된 세포에서 DNA 말단이 절제되는 상황 발생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RPA2와 RAD51 단백질의 모집(Recruitment) 또한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분석에 따르면 PWWP2B 단백질은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과도 관계가 있었다. 전체 위암환자 25명 중 PWWP2B 단백질 변이가 발생하지 않았던 그룹의 전체생존기간이 평균 58.6개월인 반면 PWWP2B 단백질 변이가 발생한 그룹은 24.9개월로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그동안 ‘유전체 불안정성’은 위암 발생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이에 관한 원인 유전자를 규명하거나 관련 단백질과 염색체 이상을 밝혀낸 연구는 드물었다. 특히 이번 연구로 PWWP2B 단백질 변이를 막으면 위암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향후 위암의 예방·치료·예후를 개선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장대영 교수는 “PWWP2B 단백질이 위암의 정밀한 진단과 치료는 물론 예후를 예측하는 데도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엠보 리포트(EMBO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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