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정치 후원금 마감 직전까지 여야 의원들은 ‘곳간’ 채우기에 분주했다. 의원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올해 후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뛰었다. 올해가 마침 대선·지방선거 등을 치른 해였던 덕분에 평년(1억 5000만 원) 대비 2배의 후원금을 걷을 수 있었다는 점도 의원들의 경쟁을 부추겼다.
올해 모금 경쟁의 백태 중 대미를 장식한 것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었다. 류 의원은 30일 개인 블로그를 통해 “후원금 마감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절반밖에 채우지 못했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후원금은 이제 절반, 마감은 하루 남았다”며 “구걸이라 조롱해도, 구질구질하다 핀잔해도 괜찮다. 의원실 보좌진, 당의 당직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기꺼이 일할 수만 있다면 ‘아주 그냥 나쁜 X’이 돼도 괜찮다. 도와달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푼줍쇼’의 원조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적극적인 홍보로 눈길을 끌었다. 올해 후원금 모금 한도를 채운 뒤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남국 의원에게 한 푼 줍쇼! 김 의원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김 의원도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내는 비법의 글’을 올린 뒤 마지막에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고 덧붙여 적지 않은 호응을 이끌었다. 김 의원은 호소의 글을 올리고 며칠 뒤 페이스북에 “후원 글이 화제가 돼서 정치 후원금이 쇄도했다”고 감사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팬덤’ 덕을 본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와 검찰 저격수로 나서며 친명 의원으로 자리 잡은 김의겸 의원은 후원금 한도액인 1억 5000만 원(비례대표 한도)을 모두 채웠다. 검찰청법 개정안을 두고 민주당을 탈당해 논란을 샀던 민형배 의원은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등 이 대표 지지자들의 응원으로 소액 후원금이 이어져 3억 원 한도를 모두 채웠다.
국회의원 후원금의 경우 개인은 1인당 최대 500만 원까지 후원할 수 있지만 법인과 단체는 불가능하다. 익명으로는 10만 원 이내, 연간 최대 120만 원까지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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