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1일 나왔다. 일본 정부와 함께 해법을 고심 중인 정부가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보도에서 “한국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징용) 노동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을 발표하겠다는 의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방일한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의 한일 외교국장급 협의에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 원고단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신속히 결론을 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공청회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배상안으로는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혜택을 본 한국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모아 원고에게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재단은 현재 정관에 피해자 배상에 관한 항목을 추가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산케이는 “이 방안이 공청회에서도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청구권 협정으로 최대 혜택을 본 포스코가 해법 마련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2012년 재단 건립에 총 100억 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했는데 2016년과 2017년 각각 30억 원을 출연했고 재단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40억 원 추가 출연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안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2019년 제안했던 이른바 ‘문희상안’과 유사해 보인다. 피고가 대법원 판결을 직접 이행하지 않고 제3자인 재단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변제한다는 점에서다. 문 전 의장은 20대 국회 당시 ‘기억·화해·미래재단 설립안’을 발의해 한일 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설립한 재단을 통해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한일 외교 당국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상호 공유하고 최대 난관인 피해자 설득만 남긴 상태다. 특히 원고 측은 정부가 마련하는 피해 배상 해법의 마지노선으로 일본 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와 일본 측 사죄를 요구하고 있어 정부 해결책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피해자의 반대가 전체가 아닐 수 있다”면서도 “야당의 반대도 거세 국내적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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