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경영연구소(CBER)가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를 앞두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공급망 붕괴, 물가 불안 등을 거론하면서 “1980년대 이후 처음 치른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대가는 미국과 유럽의 경기 침체”라고 진단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발간한 ‘2023년 세계대전망’에서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영구적 위기)’를 맨 앞에 언급했다.
퍼머크라이시스는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다. 불안정과 불안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는 뜻이다. 1970년대 초반에 등장해 학술 용어로 쓰이다가 최근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다시 소환됐다. 영국의 대표적 사전인 콜린스는 지난해 11월 올해의 단어로 낙점하며 “2022년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매우 간결하게 요약했다”고 평가했다. 콜린스는 영구적 위기가 기후위기, 유럽에서의 전쟁,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계비 위기 등과 관련이 있다고 밝혔다. 콜린스는 2021년에 ‘대체불가토큰(NFT)’을 그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글로벌 위기에 대해 경종을 울린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세계 대부분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고 여러 곳에서 경제적 약세가 지정학적 위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측하기 힘들고 폭발성이 클 것이다.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을 돌연 해제한 중국발 코로나19의 재확산과 중국의 성장 둔화, 대만과의 분쟁 등도 새해 지구촌을 무겁게 짓누를 변수들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에다 북한의 미사일·핵 도발 등 또 다른 위험 요소를 추가로 떠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술핵무기를 다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위협했다. 미국·중국 등이 패권 경쟁을 벌이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감안하면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세계 공통의 ‘영구적 위기’에 북한 문제와 강대국 패권 전쟁의 부담까지 가중된 한반도 현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정교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복잡다단한 위기를 헤쳐나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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