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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데드' 10대 배우마저…美 MZ세대 사망원인 1위 '이 약'은 [헬시타임]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호흡중추 신호전달 차단

의존·내성 빠르게 나타나고 2㎎만도 치사량

한국, 10~20대 마약사범 급증…오남용 우려 높아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의 스핀오프 시리즈에 출연했던 10대 배우 타일러 샌더스(18)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트위터 캡처




미국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타일러 샌더스(18남)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연예전문 매체 TMZ 등 다수 외신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검시관은 샌더스가 펜타닐 과다복용 때문에 사망했다고 결론내렸다.

샌더스가 LA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지난해 6월 중순경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샌더스가 사망 전날 친구에게 펜타닐을 복용했다는 문자를 보냈고, 그의 집에서는 흰색 약물 가루와 흡입 도구 등이 발견됐다. 실제 LA 당국의 부검 결과에서도 시신에서 강력한 약물반응이 나왔다. 샌더스는 펜타닐 이외에도 각종 마약을 투여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여만에 사인이 공개된 데는 미국 사회에서 만연한 펜타닐 남용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유가족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의 부모는 성명에서 “사회에 만연한 이 문제(펜타닐 남용)에 대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샌더스의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다”며 “샌더스는 정신건강 문제를 극복하려다가 사회적으로 즐거움을 찾는 방법이 아닌 마약에 빠졌다”고 밝혔다. 이어 “펜타닐 중독 문제로 아이를 잃게 돼 매우 힘들다.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했다”며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과량 투여시 호흡억제 등 치명적 부작용…2㎎이면 치사량


펜타닐은 세포 표면의 뮤 마약성 수용체(μ-opiate)에 작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글로벌 제약사 얀센 창업자인 폴 얀센 박사가 1960년 개발해 1968년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말기암 등 중증 질환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용도로 첫 허가를 받았다. 주사제 뿐 아니라 정제, 패치 등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되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2015년에 이미 전 세계에서 1600kg이 사용됐다는 통계도 존재한다. 모르핀보다 진통 효과가 100배 가량 강력해 마취제로도 널리 쓰인다.

펜타닐의 가장 일반적인 부작용은 구역, 구토, 어지럼증, 피로감, 두통, 변비, 빈혈, 하지부종 등이다. 통증조절을 위한 혈청 권고농도는 1~2ng/ml, 마취 용도로는 10~20ng/ml이 권고되는데, 극미량으로도 근육경직, 호흡곤란과 같이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체내에서 이를 감지하고 신경을 통해 호흡중추에 전달해 숨을 쉬도록 해야 하는데, 펜타닐이 이 신호전달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과량 사용에 따른 호흡억제가 발생했을 때 해독제로 날록손을 사용하면 원상태로 되돌아 오지만 급성 심정지 또는 심각한 과민반응 때문에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펜타닐 치사량은 2mg이다.

◇ 미국 MZ 세대 사망원인 1위...2021년 펜타닐 사망사고 7만 여건


펜타닐은 말기 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과 같이 극심한 고통을 잊게 만들 정도로 효과가 강력하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통증의 역치를 높이고 상승성 통증 경로를 봉쇄해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일반인이 사용하면 강력한 행복감, 고양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의존성이 높다는 게 펜타닐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내성과 의존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신체에서 점점 더 높은 용량을 요구하거나 더욱 강력한 약물을 찾게 된다. 사용을 중단할 경우 땀 흘림, 불안, 설사, 뼈 통증, 복부경련, 오한과 같은 금단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난다.

펜타닐은 오늘날 미국 18~45세 인구의 사망원인 1위로 지목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7분에 1명씩 펜타닐 때문에 죽는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약물(마약) 과량 복용으로 약 10만 7000명이 사망했다. 그 중 66%가 펜타닐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된다. 2011년 1600건 수준이던 펜타닐 사망사고는 10여 년만에 7만 1000명까지 치솟았다.

◇ 극소량도 치명적인데…불법 유통 제품은 성분·함량도 부정확


펜타닐은 제조공정이 복잡하지 않은 데다 관련 설비가 저렴하고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어 불법 유통이 빠르게 늘었다.

펜타닐은 헤로인, 코카인, 알코올, 벤조디아제핀과 같은 기타 중추신경 억제제와 함께 혼합해 사용할 경우 심각한 상호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더욱 낮은 농도에서 사망할 수 있어 치사량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불법으로 제조된 펜타닐은 품질을 보장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포함된 성분이나 용량도 정확하지 않아 더욱 치명적이다. 압수된 펜타닐 정제의 절반 이상이 치사량을 넘고, 치사량(2mg)의 2배가 넘는 제품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지널 펜타닐 뿐 아니라 유사체가 많다는 것도 남용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펜타닐과 구조가 비슷한 유사체 종류는 알려진 것만 40가지가 넘는데, 작용강도도 천차만별이다. 가령 카펜타닐(carfentanil)은 모르핀보다 1만 배 이상 효능이 강해 사람에게 처방할 수 없고, 대형 동물을 대상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되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마약류 사범 검거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총 5만 8737명이 경찰 단속망에 걸렸다. 특히 펜타닐 패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법 유통되면서 10대 사이에서 속수무책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3.8배 늘었고, 이 기간 20대 역시 2112명에서 5077명으로 2.4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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