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동상에 흰색 페인트 테러, 이유는

"동상 보수 뒤 흑인같이 보인다" 인종논쟁 불거져

복면 쓴 남성들, 동상 얼굴에 흰색 페인트칠 테러

프랑스 브장송 시청 앞에 세워진 빅토르 위고 동상의 얼굴 부분이 인종논쟁으로 페인트 테러를 당해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브장송 시청 페이스북 캡처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상이 인종 논쟁으로 페인트 테러를 당했다. 위고는 '레 미제라블', '노트르담 드 파리' 등의 작품을 쓴 19세기 낭만파 시인, 소설가 겸 극작가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위고의 출생지인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프랑슈콩테 브장송 시청 앞에 세워진 그의 동상이 최근 인종차별 논란이 되고 있다.

브장송시는 위고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우스만 소우(2016년 작고)라는 유명 조각가가 제작한 위고의 동상을 시청 앞에 세웠다. 하지만 약 20년이 지나자 동상이 녹슬고 낡어 지난해 11월 전문가를 고용해 동상 복구 작업을 했다.

브장송 시청은 동상 복구 작업 완료 소식을 알리면서 "소우의 원본 작품을 반영해 조각상을 복원했다"며 "그는 색을 입힌 것을 좋아했고, 청동 그대로 상태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상 속 위고의 얼굴이 일반적인 프랑스 백인의 얼굴색에 비해 어두운 갈색으로 칠해져 실제 위고의 모습과 너무 다르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비평가는 소셜미디어(SNS)에 "빅토르 위고가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으로 바뀌었다"고 조롱했다.

소우의 부인 베아트리스 술레도 브장송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조각상 복원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며 "빅토르 위고가 흑인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 논쟁이 확산하며 브장송 시청에는 동상 복구 작업에 대한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복면을 쓴 남성들이 위고의 동상 얼굴에 흰색 페인트칠을 하는 테러도 벌어졌다. 이 남성들은 온라인상에 훼손한 위고 동상의 사진과 함께 "아름다운 흰색으로 칠했다"며 "이로써 위고는 진정한 프랑스인, 브장송 출신이 됐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프랑스 브장송시가 복원한 빅토르 위고 동상이 흑인처럼 보인다며 때아닌 인종 논쟁이 일고 있다. 브장송 시청 페이스북 캡처




전쟁 기념관 근처에 조각가 소우가 제작한 또 다른 동상의 얼굴도 흰색 페인트로 훼손됐다.

안느 비뇨 브장송 시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프랑스에서 인종과 정체성에 대한 담론이 무기화된 것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비뇨 시장은 "이는 이민 문제와 인종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병폐와 위기를 보여준다"며 "나는 언제나 차별과 맞서 싸울 것이고, 내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것을 거듭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파 정치인들은 녹색당 소속인 비뇨 시장이 프랑스의 영웅 위고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의 공화당(LR) 소속 막스 브리송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워키즘과 어리석음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며 비난했다.

'워키즘(le wokisme)'은 정치적으로 깨어있다는 뜻으로 인종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지만, 일각에선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급진적인 경향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최근 대학가 중심으로 서구 또는 백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인종 및 성평등을 지향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면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소르본 파리 노르대에서 현대 문학을 연구하는 그자비에 로랑 살바도르 부교수는 이번 사건을 인종 중심의 관점을 강요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인종과 민족의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강조해 인종 구분에 따른 판단을 지양하는 '인종불문주의'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브장송시와 동상 복원 작업자가 이를 왜곡해 역으로 인종 중심적인 관점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2020년 백인 경찰관에 의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뒤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서방에서 식민주의 시대에 설립된 동상을 철거하는 시도가 벌어졌지만, 프랑스는 예외였다.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우리는 모든 역사를 명료한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