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이 영토 침범에 준하는 도발을 또 감행하면 대북 확성기 재가동 등으로 맞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5일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거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발전법 23조에 따라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이뤄질 경우 남북관계발전법 24조가 금지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한 법 24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 △시각 매개물(전광판) 게시 △전단 살포 등을 금지 행위로 적시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될 경우 해당 조항 역시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회 입법 절차 없이 부처의 해석만으로 대북 확성기 재개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법령 해석은 소관 부처의 권한 사항”이라며 “별도의 입법 절차는 필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북 확성기 재가동과 관련해 확정된 사안이 없다”면서도 “무인기가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라면 대북 확성기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우리의 비대칭 전력”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대북 방송을 가장 까다로운 압박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북한군은 확성기를 통해 우리의 뉴스, 스포츠 소식, 아이돌 가수의 음악을 들으며 대한민국을 동경한다”며 “정치 사상 교육을 담당하는 총정치국은 우리 군의 대북 방송 재개 방안 검토에 대해 ‘군 사상 교육을 어떻게 다시 해야 할지’ 상당히 골머리를 썩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실제 북한은 2015년 8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문제 삼아 “모든 전선에서 전면적 군사 행동을 개시한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확성기를 통한 대북 방송은 2018년 이후 중단됐다.
한편 정부가 남북이 9·19 군사합의 이전에 맺었던 합의서들의 일부 조항들도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군사분계선 인근의 선전 활동을 금지하는 조항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4년 6·4 합의서 등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발전법 제24조를 무효화하기 위해서는 앞서 체결된 합의서의 관련 조항들도 효력을 정지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9·19 군사합의가 2018년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 성격을 갖는 만큼 평양공동선언을 무효화하는 방안 역시 고려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외 남북합의서의 효력 정지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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