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6일 소환하는 등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겨냥한 수사를 재가동했다. 김 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변호사 남욱 씨 등과 함께 이른바 ‘대장동 일당’으로 꼽힌다. 하지만 김 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에 금전을 제공하고 대장동 이익을 공유했다고 주장하는 유 전 본부장, 남 씨와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만큼 검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 번복 등 입장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김 씨를 소환 조사했다. 김 씨가 지난달 14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해 조사가 중단된 지 23일 만이다. 김 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건강 상태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그대로 조사실로 올라갔다.
검찰이 김 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예의 주시하는 부분은 대장동 개발 배당금이 이 대표 측에 선거 자금 등의 명목으로 전달됐는지 여부다. 특히 검찰은 천화동인 1호가 배당받은 대장동 사업 이익 가운데 428억 원을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유 전 본부장 등에게 건네기로 약속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에 약속한 이른바 ‘숨은 몫’이 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과 남 씨 등은 검찰에서 대장동 사업 지분 구조를 짤 때부터 이 대표 측을 위해 천화동인 1호에 숨은 몫을 떼어놓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진술을 토대로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의 범죄 사실에 428억 원의 뇌물을 약속한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김 씨는 극단적 선택 시도 이전 검찰 조사에서 밝힌 ‘428억 원을 주겠다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유 전 본부장 측을 달래기 위한 발언이었을 뿐 실제 지급 의사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도 이 대표 측이 아닌 본인이라고 주장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과 남 씨 등 진술이 이 대표 측을 겨냥하고 있으나 이는 ‘김 씨에게 들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 유 전 본부장 등 진술이 의혹에 대한 정황은 될 수 있으나 혐의 유무를 가를 직접 증거는 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대장동 사업 이익이 이 대표 측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을 풀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하는 과제가 검찰에 놓인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김 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앞서 대장동 개발이익 은닉 혐의로 김 씨의 최측근인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 씨와 이사 최우향(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씨를 체포해 재판에 넘겼다. 또 김 씨가 측근에게 은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난 대장동 배당금 275억 원을 비롯해 그가 손에 쥔 나머지 대장동 개발 배당금의 행방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앞서 275억 원 가운데 수표로 숨긴 148억 원을 최근 압수하는 등 지금까지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이 얻은 총 10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했다. 검찰은 김 씨가 대장동 사업 수익 은닉을 주도했다고 보고 추가 조사를 벌여 앞으로 부패방지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 뇌물 공여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 씨가 이미 한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만큼 추가 기소에 앞서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은닉 자금 추적과 함께 지금껏 멈춰온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도 재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의리와 돈을 지킬 생각에 입을 다물고 있다고 판단해 주변인 수사와 자금 추적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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