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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보수 강경파들, 교황 사임 유도 움직임"

伊 출신 추기경 인터뷰서 밝혀

프란치스코, 동성애·낙태 등 허용

진보적 태도에 강한 반감 드러내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12월 24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탄 전야 미사 강론을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강론에서 전쟁에 지친 사람들과 가난한 이들을 기억할 것을 전 세계에 촉구했다. 연합뉴스




가톨릭교회 내 보수 강경파들이 프란치스코(사진) 현 교황에게 극도의 압박을 줘 자진 사임을 유도한다는 ‘비밀 계획’을 추진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8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한 이탈리아 출신 추기경은 이날 현지 일간 라스탐파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고 “그 비밀 계획은 여러 축(軸)과 단계를 갖고 있지만 목적은 단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그건 교황이 사임해야만 할 정도의 압박을 받게 한다는 것”이라며 “프란치스코의 적수들은 당장은 자신들이 소수이며, 공감대를 얻어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원래 성)를 약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고 주장했다.

가톨릭교회 내 보수 진영은 동성애, 낙태, 이혼 후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불법 이민 문제 등 쟁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온 진보적 태도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왔다.



다만 2013년 교황직을 사임하고 명예교황이 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 함께 머물고 있다는 점 때문에 보수 세력은 행동을 자제해왔다고 한다. 베네딕토 16세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에 사임할 경우 바티칸에 전·현직 교황 3명이 함께 생활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의 선종으로 더는 이런 문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됐다고 이 추기경은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일부 인사들은 이미 공개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공격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9년간 베네딕토 16세의 개인 비서로 재직한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가 대표적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최근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회는 신자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라틴어로 진행되는 전통 미사 집전을 제한한 조처가 베네딕토 16세를 크게 상심하게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미사는 과거 1500년 넘게 라틴어로 진행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1965년) 이후 각 나라 언어로 집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베네딕토 16세가 2007년 주교의 허락 없이도 라틴어 미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준 바 있다.

다만 교황이 이른 시일에 사임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현재 그는 물러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명백히 (교회 내) 진보와 보수 사이에 충돌이 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 간에 대화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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