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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서 수천 명이 '3부 기관' 난입…세계에 또 충격 안긴 ‘대선 불복’

룰라 취임 일주일만에 폭동

대통령궁 등 3시간만에 점령

퇴진 요구·군사쿠데타도 촉구

정부 "모든 법령 동원해 처벌"

바이든·마크롱 등 "공격 규탄"

신임 정부에 잇단 지지 표명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왼쪽) 브라질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상기된 표정으로 대선 결과에 불복한 시위대가 난입해 파손된 대통령궁을 관계자들과 둘러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브라질에 새 정권이 들어선 지 일주일 만에 전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선 불복을 주장하며 국회의사당과 대통령궁·대법원까지 ‘3부 기관(입법·행정·사법부)’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1·6 의사당 폭동 사건’과 판박이인 이번 사건에 각국 정상은 일제히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며 신임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파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 수천 명이 이날 오후 2시께 민주주의의 상징인 수도 브라질리아의 ‘3권 광장’에 속속 모여들어 약 3시간 만에 국회의사당·대법원·대통령궁에 침입했다. 이들이 창문을 부수고 기물들을 창밖으로 내던지면서 3부 기관은 이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된 영상에서 참가자들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퇴진은 물론 군사 쿠데타를 촉구하며 난동을 부렸다. 시위대의 습격에 속수무책이었던 3부 기관은 군 병력까지 투입된 뒤 오후 9시가 돼서야 당국의 통제하에 들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태가 1964년 군사 쿠데타 이후 브라질에서 발생한 최대의 민주주의 위기라고 보도했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3부 기관이 순식간에 점거당하고 400명(주지사 추산)이 체포된 이번 사태에 브라질 정부는 엄벌을 예고했다. 홍수 피해 위로차 상파울루를 방문하던 중에 소식을 듣고 격분한 룰라 대통령은 “파시스트나 다름없는 이들이 브라질 역사에 없던 짓을 저질렀다”며 “모든 법령을 동원해 죄를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브라질리아 무장경찰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달 말까지 연방정부가 직접 사태를 해결하겠다고도 밝혔다. 브라질 대법원 역시 이바네이스 호샤 브라질리아 주지사가 폭동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90일간 직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브라질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의 직간접적 원인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보우소나루는 지난해 대선 기간 브라질의 전자투표 시스템에 여러 차례 불신을 드러냈고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도 이날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공격을 독려하는 듯한 몇 번의 연설을 했다”고 지적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의 행정 수반이 나를 상대로 증거도 없이 제기한 혐의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는 2021년 미국 의사당 폭동 사태에 비견되는 이번 사건을 일제히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민주주의와 평화적 권력 이양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며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도 룰라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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