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해 국내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3년 연속 3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2022년 우리기업 319개 사가 97개 국에 진출해 총 580건의 사업을 수주했다고 10일 밝혔다. 그 결과 전년 해외건설 수주 실적인 306억 달러를 상회하는 310억 달러 수주를 달성했다. 지난 2020년(351억 달러) 이후 3년째 300억 달러를 초과한 것이다.
지역별 수주 현황을 보면 아시아 지역이 122억 500만 달러로 전체 수주 실적의 39.4%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중동(90억 2100만 달러·29.1%), 북미·태평양(45억 3600만 달러·14.6%), 유럽(34억 1100만 달러·11%) 순으로 나타났다.
중동은 전년 비중(36.7%)보다는 감소했지만 하반기 들어 산업설비를 중심으로 수주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미·태평양 지역에서는 국내 제조업체가 발주한 대형 반도체 공장, 자동차 부품 생산 공장 등을 수주하며 비중을 전년(12.9%)보다 확대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지난해 12억 400만 달러를 수주하며 비중(3.9%)은 미미하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산업설비 보수공사, 대회경제협력기금(EDCF) 및 공적개발원조(ODA) 재원 공사 등을 수주하는 등 전년(1억 9900만 달러·0.7%) 대비 실적이 크게 증가해 2020년 수준(11억 달러)으로 회복했다.
국가별로 보면 인도네시아(36억 7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34억 8000만 달러), 미국(34억 6000만 달러) 순으로 진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플랜트)가 높은 비중(131억 달러·42.3%)을 차지했으며 이어 건축(86억 5900만 달러·27.9%), 토목(58억 5200만 달러·18.9%), 용역(19억 7200만 달러·6.4%) 등의 순으로 수주했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에서는 산업설비의 기본설계와 상세설계를 연결하는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작업을 수행한 기업이 플랜트 시공 본 사업을 수주하는 ‘FEED to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또 자동차 및 부품 생산, 반도체 제조, 원자재 가공 등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할 때 그룹사 중 건설업 계열사가 이를 시공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무상으로 개발도상국의 기반시설이나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ODA로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우리나라가 차관(EDCF)을 지원해 우리 기업이 본 사업을 수주하는 금융 연계 사례도 수주 성과 중 하나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 시작과 함께 줄었던 중소기업 수주액(12억 달러)은 지난해 16억 달러로 반등했다.
국토부는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에서 해외건설 수주 동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토부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해 8월 각종 기업 지원방안과 진출 시 애로 개선방안을 총망라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참석 등 정상외교를 통해 해외 각국과의 협력을 견고히 하고, 국토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사우디 원팀 코리아 출정 등으로 기업 진출을 지원해왔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범부처 민관합동 협의체인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했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은 “코로나19 위기와 국제적인 전쟁 상황에도 불구하고 민·관의 적극적인 수주활동과 고위급 협력 3년 연속 해외건설 수주 300억 달러를 초과 달성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상문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범정부 차원의 수주 외교, 적극적인 금융 지원과 정보 제공 등으로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 2027년 해외건설 수주 연 500억 달러 달성, 세계 4대 건설강국 진입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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