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계속 둔화할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들뜬 모습을 보이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이 “단기간에 피벗(방향 전환)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를 5% 이상으로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라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12일 발표될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5%(전년 대비)로 전월의 7.1%에서 크게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대로라면 물가 상승률이 2021년 10월(6.2%)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치에 도달하게 된다.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이 공개한 12월 소비자 전망 설문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5.0%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해 2021년 7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인플레이션 부담을 던 연준이 긴축의 고삐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감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말 3.88%에서 9일 3.54%로 하락했다.
연준 인사들은 일단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날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는 “12월 CPI가 둔화할 경우 이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더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은 총재도 “금리 인상의 효과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은 생각일 수 있다”고 보탰다. 그동안 금리를 숨 가쁘게 올렸으니 그 효과를 보기 위해 이번에는 0.25%포인트만 인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선물시장은 이번 FOMC에서 0.2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을 80.2%로 봤다. 1주일 전 67%에서 껑충 뛴 수치다.
하지만 연준 인사들은 높은 수준의 금리를 오랜 기간 지속하겠다는 뜻을 시사하며 시장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을 경계하고 나섰다. 보스틱 총재는 “초과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5.0~5.25% 범위로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금리는 4.25~4.50%다. 그는 ‘얼마나 오래 5% 이상으로 금리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오랜 기간”이라고 강조하며 “나는 방향전환론자(pivot guy)가 아니다. 우리는 (5%대 금리를) 유지하고 정책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발언이다.
데일리 총재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근원 서비스 물가가 우리가 원하는 경로로 둔화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또 “전체 CPI도 2025년에야 연준의 목표인 2%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연준은 금리를 5% 이상으로 올릴 것이고 이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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