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지방 보조금 조사에 나선다. 정부는 비영리 민간단체에 관한 중앙정부·지자체의 지원이 문재인 정부 당시 급증했으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혈세 낭비로 이어졌다고 보고 전면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 대통령실이 정부 부처 전체 국고보조금을 상반기까지 전수조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의 지방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행안부는 10일 한창섭 차관 주재로 17개 시도 기조실장회의를 열고 전국 지자체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방 보조금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전국 243개 지자체가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하는 지방 보조금에 대한 자체 조사 계획을 수립해 2월까지 조사하기로 했다. 지방 보조금 지원 대상은 크게 공공단체에 대한 공공 부문, 비영리 민간단체를 포함한 민간 부문으로 구분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추가경정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본예산 기준 연도별 민간 부문 대상 지방 보조금은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13조 3296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2년에는 17조 1192억 원으로 5년 만에 28.4% 급증했다. 그럼에도 비영리 민간단체 대상 지방 보조금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는 이제서야 처음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비영리 민간단체 관리 제도 전반의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지자체들은 보조금의 목적 외 사용,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지방 보조금을 받는 부정 수급 여부 및 지출 서류 조작과 같은 회계 처리 위법성 등의 문제를 중점 점검한다. 각 지자체는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 조치와 함께 필요시 자체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 보조금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관리하는 통계부터 허점이 있다. 행안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관리 시스템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중앙정부에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가 1749개, 지자체(시도)에 등록된 단체는 1만 3808개로 총 1만 5557개로 공개돼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에 등록된 단체의 지부·지회가 각 지자체마다 별도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 등록 단체 수가 많은 이유다. 이처럼 등록 통계가 허술하게 관리되기 때문에 대표자 명의만 바꿔 별도로 등록하면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다시 지자체별로 지원을 받는 이중수급이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등록된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00년 제정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서는 사업의 직접 수혜자가 불특정 다수, 구성원 상호 간 이익 분배 금지, 상시 구성원 수 100인 이상, 특정 정당·선출직 후보 지지 또는 반대가 주된 목적이 아닌 경우 등의 요건을 갖추면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정당·선출직 후보 지지·반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워 등록 및 자격 유지 요건이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말 법 제정 후 처음으로 정부 부처 전체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비영리 민간단체들이 등록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비영리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 사업·금액을 결정하는 행안부의 공익사업선정위원회 운영에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김용판 의원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임기인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9~10기 위원회에서 전체 15명 위원 중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9기에 12명, 10기에 11명으로 직전 6~8기의 6~10명보다 늘어났다. 같은 기간 흥사단·지역발전정책연구원·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등 위원들의 출신 단체들이 정부 지원을 받는 공익단체로 선정됐다. 김용판 의원실 관계자는 “시민단체 외에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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