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는 식습관이 건강에 해롭다는 속설을 뒤집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권유진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혜선 강남세브란스병원 의학통계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한국인 유전체 역학자료에 포함된 성인 14만 3050명을 분석한 결과 나트륨 섭취와 실제 사망률 간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나트륨은 체내 수분을 유지하고 산투압을 조절하는 필수 영양소지만, 섭취량이 과도하면 혈압을 높이고 심혈관질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 대상자들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5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인 2g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나트륨 및 칼륨 섭취가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나트륨, 칼륨 섭취량을 기준으로 5개 그룹으로 나누고 평균 10.1년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 기간 543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 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은 985명이었다.
분석 결과 나트륨 섭취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을 포함한 전체 사망률과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칼륨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섭취량이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총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각각 21%, 32% 낮았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인종, 지역, 국가에 따라 식품을 통해 나트륨을 섭취하는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실제 질환과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가공식품에 첨가하는 형태로 나트륨을 섭취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한국인은 마늘, 파, 고추, 생강으로 양념한 곡물이나 김치, 간장, 된장과 같은 발효식품을 통해 나트륨을 섭취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사망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지원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칼륨을 충분히 먹으면 과도한 나트륨 섭취의 부작용을 줄여 사망률, 심혈관계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칼륨이 풍부한 과일, 야채, 전곡류의 섭취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