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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매매가 격차 사상최대…"집 사기 더 어려워졌다"

2022년 서울 아파트 전세·매매가 격차

2159만 원으로 2000년 이후 최대치

'갭투자' 어려워져 매수세 회복 걸림돌

1월 5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촬영한 아파트 밀집 지역. 연합뉴스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따라 전세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지며 서울 아파트의 전세와 매매 가격 간 차이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전세·매매가 격차 확대는 집을 매입한 뒤 전세를 놓아 자금을 충당하는 이른바 ‘갭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거래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각종 규제 완화책을 꺼내들고 있지만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아파트 거래량이 반등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당 매매 및 전세 가격은 각각 4235만 원, 2076만 원으로 격차가 2159만 원에 달했다. 이는 부동산R114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래 나온 최고치다. 2017년만 해도 전세·매매가 격차는 785만 원에 그쳤으나 이후 급격히 뛰어오르는 매매 가격을 전세 가격이 따라잡지 못해 △2018년 1310만 원 △2019년 1561만 원 △2020년 1832만 원 △2021년 2127만 원으로 커졌다.



주택 가격 하락세가 가팔랐던 지난해 전세·매매가 격차가 벌어진 것은 전세가가 매매가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45%, 전세 가격은 3.9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은 지난해 초부터 꾸준히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높아진 금리에 따라 전세자금대출 부담이 늘어나며 전세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기 주택을 처분하는 대신 전세를 놓아 매물이 꾸준히 늘어났다.

전세·매매가 격차가 벌어지면서 전세를 놓아 주택 매입 자금을 충당하는 갭 투자가 어려워져 아파트 거래량 회복세가 더디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매매가 격차와 거래량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져 전세·매매가 격차가 늘어나면 거래량이 줄어들고 반대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늘어난다.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전세 가격 격차가 496만 원으로 낮았던 2015년에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2만 225건을 기록해 2006년(12만 812건) 이래 최다 수준을 기록했으며, 격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에는 월별 거래량이 1000건을 밑돌 정도로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됐다.

이에 최근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책에도 거래량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1월 3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및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전 지역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하고 이달 30일부터 9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한 정책금융 특례보금자리론 상품을 출시하는 등 주택 시장의 연착륙 유도를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매수 심리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고금리와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커 매수 심리가 회복되는 데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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