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일주일 여 앞둔 13일 오전 6시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우정사업본부 동서울우편물류센터. 아직 동이 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지만 힘찬 엔진음을 내며 화물차가 줄지어 들어왔다. 건물 내부에서도 분주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건물 곳곳에 쌓인 택배 상자 수천 개를 뒤로한 채 파란 조끼를 입은 위탁 배달원들이 재빠르게 택배를 옮겨 날랐다.
설을 앞두고 생선·한우 등 각종 신선식품과 마늘·사과 같은 농산물이 담긴 박스가 밀려들면서 택배 무게는 평소보다 훨씬 무거웠다. 두툼한 장갑을 끼고 바삐 움직이던 중 물건을 떨어뜨려 발등이 찍힐 뻔한 배달원도 있었지만 배달원들은 연신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반복하며 부지런히 상자를 옮겼다.
배달원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이날 건물 내부에 쌓인 택배 물량은 예년에 비해 적었다. 매년 명절 때마다 택배 상자가 발 디딜 틈 없이 높게 쌓여 있던 풍경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고물가에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설 명절 선물 특수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우정사업본부는 설 명절 전후로 택배 물량 약 2075만 개가 접수돼 전년 대비 약 1% 정도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날 들어온 택배 물량은 평일 수준과 비슷했다.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분류 작업을 담당하는 김 모 씨는 “설 대목인데도 오늘따라 유난히 물량이 적다”며 “이번 설 명절 전체 택배 물량은 예년에 비해 소폭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택배 배달원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일했다는 최 모 씨는 “아직까지는 지난 설 명절이랑 물량이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인 것 같다”며 “물론 설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니 다른 때보다 바쁘기는 하지만 평소 설 명절 때마다 ‘명절 증후군’이 올 정도로 일이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 배달원 박 모 씨 역시 “이맘때면 각종 해산물이나 고기 등이 담긴 스티로폼 상자가 눈에 띄게 많았는데 올해는 그렇게 많이 안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물량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설 연휴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전체 물량 예측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설명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달 9일부터 26일까지 18일간을 ‘설 명절 우편물 특별소통기간’으로 정하고 분류 작업 등에 필요한 임시 인력 2만 2000여 명을 증원하는 등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 기간 전국 24개 집중국과 4개 물류센터를 최대로 가동하고 운송 차량도 평소보다 22% 확대한다.
동서울우편물류센터도 올해 설 명절에 대비해 임시 인력 65명을 추가 고용했다. 센터의 한 관계자는 “추이로 보면 물량이 예년 설 명절보다 감소한 게 맞지만 아직 특별소통기간이 3일밖에 지나지 않아 물량이 확실히 줄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오늘은 물량이 적어도 월요일이나 설 연휴 직후 평일에 물량이 급증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정확한 규모는 설 명절이 끝나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국민들의 명절 선물과 택배를 정시에 배달할 수 있도록 이번 설 연휴 기간 대국민 우편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설 명절 우편물을 국민에게 안전하게 배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물량 폭증으로 일부 우편물 배달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국민들의 많은 협조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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