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가부채가 상한선 턱밑까지 쌓여 정부가 의회에 부채 한도 상향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그 대가로 정부 지출 삭감을 주장해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경제에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민주·공화당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미국의 부채가 1월 19일자로 법정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하기 위해 재무부는 특별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조치로는 연방 공무원 퇴직 기금에 대한 지출 유예, 각종 기금의 투자 상환 및 신규 투자 중단 등을 꼽았다. 옐런 장관은 “특별 조치로 얼마나 오래 디폴트를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며 “미국의 신용을 지킬 수 있도록 의회가 즉시 행동할 것을 정중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연방부채 한도를 법률로 정하기 때문에 정부가 부채 한도를 넘겨 디폴트에 처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의회가 한도를 더 늘리는 식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 현재 미국이 발행할 수 있는 부채 한도는 약 31조 4000억 달러다. 이 역시 2021년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한 막대한 지출로 부채 한도를 넘기자 그해 12월 의회가 증액한 금액이다. 경제학자들은 의회가 부채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8월께 부채가 상한선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의회의 관련 논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부채 한도 증액과 정부의 지출 삭감을 맞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부채 한도 증액과 관련해 별도의 협상을 벌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는 전 의회에서 부여한 의무를 정부가 이행하는 문제”라며 “의회는 우리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조건 없이, 정쟁 없이 부채 한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경제학자들은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1년 (비슷한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강등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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