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은 15주년을 앞둔 지금에도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고 이 시대 나타날 진짜 영웅은 누구인가, 왜 나라가 필요한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예요. 안중근처럼 31살에 조국을 위해 자기 몸을 바칠 수 있을까, 저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더 좋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봐요. 피드백을 들으면 작품을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와 그 후 순국하기까지를 다룬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초연 이래 꾸준히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지난 달 2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시작한 아홉 번째 시즌도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작품을 제작한 에이콤의 윤호진 예술감독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의 한 펍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 미디어데이에서 이 작품을 향한 오랜 사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로 모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윤 감독은 “이제 두 편의 고유 흥행 콘텐츠를 가지게 됐는데, 5편까지 갖는 게 꿈”이라며 “은퇴하기 전까지 창작뮤지컬로 중국 및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고 싶다. 지금 얼어붙은 한중 관계가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뮤지컬 ‘영웅’을 만들기까지의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영웅’이 초연한 2009년은 안 의사의 의거 100주년으로, 기획은 5년 전인 2004년부터 시작했다. 그는 ‘명성황후’를 만들면서 한국적 소재로 대형 작품을 만드는 일, ‘우리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에 너무 힘들었던 탓에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처음 제안을 거절한 뒤 윤 감독의 마음을 돌린 건 안 의사가 중시했던 사상인 ‘동양평화론’이었다. 그는 '동양평화론'이 “안중근 의사의 가장 큰 업적 중 하나이며, 그 누구도 갖지 못했던 엄청난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윤 감독은 초연 당시 액션 장면의 완성도를 위해 개막 한 달 전부터 합숙하며 훈련했고, 지금도 회자되는 기차의 CG에도 공을 들였다. 초연 후에도 계속 디테일을 수정하면서 시대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초연 당시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 의거 장면에서 함께 노래하는 넘버가 있었지만, 후반부 ‘동양평화’ 관련 내용을 살리기 위해 삭제했다. 이번 시즌에는 중국인 링링의 넘버를 한국인 유동하와 함께 부르는 것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윤 감독은 “내년이 15주년인데, 이런 방식으로 계속 바꿔갈 것”이라며 “제가 살아 있는 한 현재진행형일 것”이라고 말했다.
‘영웅’을 원작으로 최근 개봉한 동명의 뮤지컬영화에 대해서도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것이 참 무모한 도전이었는데, 윤제균 감독이 큰 용기를 내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잘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가 천만 관객을 모으면 우리도 돈을 받지만 한 푼도 안 받아도 된다. 한국 영화사에 좋은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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