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이 사흘 간의 잠행 끝에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과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고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권 행보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저의 발언, 특히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윤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라며 “이와 관련된 논란으로 윤 대통령에게 누가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나 전 의원은 “당원 여러분들께도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성공적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들께 사랑받는 국민의힘이 되는 그 길을 당원 동지들과 늘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설 연휴 직전 사과문을 공개한 것은 윤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없이 명절 연휴 내내 잠행만 이어갈 경우 당권 도전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밖에서 1위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면 전환 없이 연휴를 보내면 지지자들이 김 의원이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이 나온 직후 나 전 의원을 돕는 것으로 알려진 박종희 전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출마와 관련해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라디오(MBC) 방송 인터뷰에서도 “나 전 의원은 여전히 전의에 불타고 있다”며 “설 연휴가 지난 뒤 윤 대통령이 귀국한 이후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마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앞서 17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공개 입장문을 통해 나 전 의원의 주장에 반박한 데 이어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에 초선 의원 50명이 연명하자 18일부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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