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양국의 ‘7월 패키지’ 관세 협상의 윤곽은 6월 3일 대선 전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인 실무 협상 기간이 너무 촉박한 데다 협상 패키지의 핵심 사안은 차기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실무 선에서 할 수 있는 협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주 중 협상 작업반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차기 정부 출범 전 7월 패키지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안건별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안을 종합해 일괄 타결하는 패키지 방식이기 때문에 일부 사안에 대한 양 측의 조율이 빠르게 마무리되더라도 차기 정부의 최종 결단을 거쳐야 의사결정이 마무리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일각에서 권한대행 체제가 지나치게 관세 협상을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자 진화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주어진 협상 기간이 상당히 짧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28일 기준으로 협상 기한은 71일 남았다. 이 시간 동안 결실을 본다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과제”라며 “과속할 이유도 없지만 머뭇거릴 여유도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때는 안건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며 “지금은 대화의 틀을 짜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부연했다. 차기 정부가 출범 직후 한 달여 만에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성과를 내려면 권한대행 체제에서 부지런히 실무 작업을 해둬야 한다는 의미다.
7월 패키지 협약의 실무 협상을 맡을 작업반은 이번 주 후반부에 구체화될 예정이다. 당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참석한 2+2 회의에서는 △관세·비관세 장벽 △경제안보 △투자 협력 △환율 4개 분야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환율은 기재부와 미 재무부가 별도의 협상을 진행하고 나머지 3개 분야는 안건별로 6개 내외의 실무 작업반을 구성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이번 주 중 협상 실무진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작업반 숫자와 안건·총책임자를 확정할 것”이라며 “이후 이르면 다음 주부터는 작업반별로 공식적인 기술 협의를 시작하게 된다”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기존에 확정된 3개 분야에 더해 조선·에너지 협력 등에 대한 별도의 작업반을 구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작업반별 논의에 대한 1차 중간 평가는 5월 중순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회의 참석차 방한해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APEC 통상장관회의에는 일본·중국 측 통상 담당 장관도 참석한다.
산업부는 7월 패키지 협상의 큰 틀이 잡힐 경우 통상조약법상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상조약법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통상 협상을 할 경우 타당성 검토,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협상이 이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박 차관은 지난주 한미 2+2 통상 협의에서 방위비 인상 문제나 대중 제재 동참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외신을 중심으로 특정국 대상으로 한 조치에 동참해야 하지 않느냐는 보도가 있었지만 협상장에서 논의되지는 않았다”며 “협상 전 중국으로부터 특별한 메시지가 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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