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룡팔부: 교봉전’을 작업하는 동안 연기는 물론 다른 연기자들을 격려하며 감독하는 일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예술에서는 한 작품에 전면적으로 참여해야 예술가의 생각을 100%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찰리 채플린은 각본, 감독, 연기지도까지 다 함으로써 순수하게 자신의 영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홍콩 액션스타 견자단은 25일 개봉하는 영화 ‘천룡팔부: 교봉전’에서 1인 4역을 소화한다. 주인공 교봉을 연기한 것을 비롯해 영화의 제작자로 나섰을 뿐 아니라 연출도 맡았고, 무술감독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13년만에 한국을 찾았던 그는 20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네 가지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한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네 가지 역할 중 가장 잘 맞았던 게 무엇인지 묻자 그는 “예전엔 배우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감독에 더 큰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다”며 “영화 편집도, 적절한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천룡팔부: 교봉전’은 중국의 전설적 무협소설 작가인 김용의 소설 ‘천룡팔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약 1000년 전인 북송 초기 송나라와 거란족의 요나라가 갈등을 겪던 시기를 배경으로, 거지 패거리 개방의 우두머리가 된 교봉이 살인 누명을 쓰고 조직을 떠나며 시작하는 여정을 다룬다. 이미 숱하게 영상화가 이뤄진 김용의 소설을 영화화한데 대해 견자단은 “작품 그대로 영화화하기 보다는 현대 액션영화의 기법에 따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전통 무협물이라서 정해진 눈빛, 몸짓, 태도 등의 규칙이 있지만, 그는 “교봉 캐릭터를 연기하며 현대물을 연기할 때의 몸짓을 많이 넣는 등 해석의 요소를 가미했다”고 덧붙였다.
견자단은 교봉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김용 소설에 나오는 여러 영웅 중 가장 멋진 인물”이라며 “무공뿐만 아니라 의협심도 있어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의협심은 견자단이 작품을 고르는 으뜸가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는 “정의감이 가장 중요하고, 약속을 지키고 가족과 친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 영화를 보면서 저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햇살처럼 밝고 긍정적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 은퇴하고 죽는 날, 스스로 세상에 어떤 긍정적인 것을 남겼는지 돌아본다면 옳지 않은 역할을 선택할 수 없었다고. 곧 개봉하는 차기작 ‘존 윅: 챕터 4’에서도 캐릭터를 만들면서 자신의 원칙을 넣어 입체적으로 구축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견자단은 환갑의 나이에도 꾸준히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연기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서 몇 분 안에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몸만 잘 관리하면 배우로서 생명이 더 길거라 생각한다”고 말한다. 물론 철저한 자기관리는 필수적이다. 영화를 찍는 동안에도 영화계 사람들과 밤늦도록 시끌벅적 어울리는 일이 없다. 그는 “평소 생활은 일반인과 다를 바 없지만, 균형을 찾고자 한다”며 “다만 밤 생활, 유흥은 전혀 즐기지 않는다. 영화를 찍을 때를 빼면 집에 일찍 들어가서 가족 혹은 소수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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