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설 연휴 첫날인 21일 10·29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예고없이 찾아 조문했다. 유가족 단체는 "보여주기식 도둑 조문"이라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10·29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진정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었다면 어떠한 소통도 없이, 설 전날 분향소를 몰래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헌화한 뒤 "위로의 말씀을 드리려고 한다"며 한 유가족을 만나 "이런 젊은 청년들을 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 협의회는 "이 장관은 의도적으로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가장 없을 것 같은 날 시민분향소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무부처 장관이 이처럼 유가족들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는 "희생자를 조문한 이 장관이 현장에 있던 유족들에게 거듭 대화하자고 요청했다"며 "유족 측에서 사퇴를 요구하니 '나중에 얘기하자'며 회피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분향소에 도착한 지 5분 만에 현장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도 이날 규탄 성명을 내고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도, 사퇴 요구에 대한 대답도 없는 이 장관의 일방적인 방문을 다시 한 번 규탄하며 재난관리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기영 행안부 대변인은 "몇 차례 유가족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설 전에 분향하고 유가족이 계시면 만나려 간 것"이라며 "진정성을 가지고 유가족을 뵙겠다고 갔는데 생각보다 많이 안 계셨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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