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중단하기 위한 기준 마련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이 시점이 3월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기대보다 빠르게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예고한 기준금리는 5.0~5.25%로 현재 기준금리(4.25~4.5%)에서 0.75%포인트 높다. 연준이 0.25%포인트 인상 속도를 유지할 경우 마지막 금리 인상 시기는 5월에 열리는 FOMC가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은 이르면 3월에 금리 인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로이터가 이코노미스트 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중 61명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4.75~5.0%에 도달한 후 인상이 중단될 것으로 봤다. 이는 연준이 제시한 최종금리 중위값보다 0.2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선물 시장에서도 기준금리가 3월 4.75~5.0%에 도달한 뒤 9월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하는 추세를 반영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2022년 말 물가를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4.8%로 전망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주 발표되는 12월 근원 PCE가 4.4%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역시 지난주 연설에서 12월 근원 PCE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낮춰 잡았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중단 기준점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앞서 “최근 인플레이션 완화는 ‘임금과 물가의 상승 작용’이 없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며 “서비스 물가 상승은 에너지나 공급망 문제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논의 결과에 따라서는 고용지표 둔화가 느리더라도 금리 인상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퀸스칼리지 총장은 “연준은 이번에 0.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며 “인플레이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갔으며 4%까지 떨어지다 정체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경제 재개방의 여파도 인플레이션에는 변수다. 노무라홀딩스는 팬데믹 봉쇄 기간에 쌓인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이 7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억눌린 소비가 재개될 경우 수요 급증이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HSBC의 아시아 부문 책임자인 프레드 노이먼은 “중국은 지난해 연준의 일을 더 쉽게 만들었지만 올해는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