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의 부채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긴축(QT)이 조기 종료될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연준의 지급준비금(Reserve)이 급감해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5일(현지 시간) CNBC는 “정부의 부채한도 문제가 채권시장을 위태롭게 하고 심지어 연준의 QT 계획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준비금 감소로 단기자금 시장이 엉망이 되면 QT의 조기 종료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QT는 연준이 보유 채권 만기 시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작업이다. QT를 통해 연준은 대차대조표상 자산(국채)과 함께 부채인 준비금도 함께 없애게 되는데, 시중 유동성의 원천인 준비금이 급감할 경우 자금조달 시장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QT로 가뜩이나 감소 추세인 준비금이 부채 상한 문제로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월가 일각의 전망이다. 미국 의회에서 부채 상한선을 올리는 데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가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단기국채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MMF)들은 또 다른 단기 투자처인 연준의 역레포(RRP) 시설로 쏠리게 된다. 역레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조절하는 창구 중 하나로 시중 펀드나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연준이 보유한 국채를 사주는 대신 추후 이자를 받고 연준에 되팔 수 있다. 역레포 이용이 늘어나면 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함께 준비금도 감소하는 구조다. UBS증권 선임이코노미스트인 파블로 빌라누에바는 “준비금 고갈은 매우 급격해질 것”이라며 “올해 중 QT를 중단하거나 적어도 속도를 늦춰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연준은 2017년 1차 QT를 진행했지만 2019년 준비금이 줄며 단기자금 시장이 경색되자 2019년 중단했다. 연준의 준비금 규모는 2021년 12월 4조 1879억 달러였지만 QT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3조 1073억 달러로 1조 달러 이상 줄어든 상태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준비금 잔액의 변동성은) 우리가 연구하는 것들”이라며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