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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동물과 공감해야 할 이유

유주희 디지털전략콘텐츠부 차장





번쩍 죄책감이 몰려왔다. 얼마 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간담회에서다. 발표 자료 화면에는 동물들이 느끼는 감정이 생각보다 다양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심지어 ‘상황을 통제함으로써 느끼는 성취감’처럼 구체적인 감정까지 확인됐다고 했다. 반려견도 반려묘도 키워보고 그들의 기쁨·분노·즐거움·공포·흥겨움을 어느 정도 안다고 자신했는데 다소 충격적이었다. 반려인만 보고 살았을 반려동물들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 과거의 시간들이 죄스러웠다.

네덜란드의 동물학자인 프란스 더 발은 저서 ‘동물의 감정에 관한 생각’에서 다양한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영장류 보노보인 ‘판바니샤’는 과제를 수행한 보상으로 먹을 것을 받았는데 이를 부러워하는 다른 보노보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보상을 거부했다. 연구자를 바라보며 다른 보노보들을 가리키기까지 했다. 연구자가 다른 보노보들에게도 먹을 것을 주자 그제야 판바니샤는 자신의 보상을 받아들고 먹었다. ‘공정함’ 또는 ‘형평성’에 대한 감각이 있다는 의미다.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만 그런 것도 아니다. 더 발은 우울함을 느끼는 물고기,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는 돼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물론 학자로서 엄정한 검증을 거친 사례들이다. 또 2017년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리 녹음한 반려인의 웃음소리와 울음소리를 들은 개들은 각각의 감정에 따라 달리 반응했다. 울음소리에 영향을 받아 부정적인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반려인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받는 정서 전이가 입증된 셈이다.



이처럼 동물에 대해 알수록 그들이 얼마나 끔찍한 대접을 받는지 되새기게 된다. 1m짜리 줄에 묶여 평생을 살아가는 개, 좁은 어항을 빙빙 도는 물고기의 삶은 인간으로 따지면 1평짜리 감옥에 갇힌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 펫숍 유리창 안쪽의 2개월령 강아지들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번식장에서 새끼만 낳다 수년만에 죽는 어미들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수십 년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영국 의회는 지난해 4월 게와 랍스터·문어 등에 대해 포유류와 유사한 수준의 복지를 보장하는 동물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문어나 랍스터를 산 채로 요리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이 추위와 더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적절한 미용과 발톱 관리 등을 받아야 한다는 세세한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별다른 질병이나 상해가 생기지 않았더라도 이를 위반하면 동물 학대로 처벌받는다. 이 밖에 미국의 뉴욕·캘리포니아·루이지애나·네바다·일리노이 등 10개 주에서는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인간이 동물의 감정, 특히 고통에 공감하는 일은 누군가의 시각에서는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동물의 고통이 줄어든다고 해 당장 인간이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동물을 향한 공감은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과도 연결된다. 동물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사회적 약자의 고통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적자생존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더 나아질 것이다. 이는 결국 미래의 인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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