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출석한 28일 점심 시간 서울중앙지검 청사 부근의 서초동 식당가가 반짝 특수를 누렸다. 이 지역은 사무실이 밀집해 평상시 주말엔 식당가가 한산한 편이지만, 검찰청 앞에서 찬반 집회를 벌인 보수·진보 단체 회원 수백 명과 대규모 경찰 경비 인력까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식당 음식이 동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 검찰청 앞에 있는 한 육개장 전문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식당 주인은 “밥이 없다”며 난처함을 표했다. 인근 곰탕집도 식당에 발을 들이자마자 직원이 "밥이 없어요"라며 난감해했다.
줄을 서서 겨우 들어간 한 순대국밥 집도 테이블마다 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손님으로 가득했다. 한 50대 남성은 혼자 국밥집을 찾았다 주인으로부터 "오늘은 한 분은 안 받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리 경쟁이 분주한 가운데 뜻이 맞는 이들끼리는 적극적으로 합석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파란 풍선을 든 이 대표 지지자 일행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오자 먼저 자리에 앉아 밥을 먹던 손님들이 “이리 와서 앉으라”고 손짓했다. 다만 이들 일행은 착석하자마자 국밥 육수가 동났다는 식당 주인의 말을 듣고 곧바로 식당을 나가야 했다.
경찰관들도 밥이 남은 식당을 찾아 방황했다. 이날 이 대표가 출석한 조사실엔 점심 무렵 곰탕 세 그릇과 두부 부침, 시래기전이 배달됐다. 곰탕을 들고 온 배달 기사는 청사 로비 1층에 있던 검찰 직원에게 “오늘 같은 날 배달을 시키면 안 되죠. 오는 길에 검문을 몇 번을 받은 줄 아느냐”고 항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서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구를 막고 출입증이나 비표를 소지한 사람만 출입을 허용했다. 배달 기사 역시 평소 청사를 드나들던 경우가 아니면 출입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이마저도 검찰청 경비, 경찰, 방호원의 확인을 여러 번 거쳐야 출입할 수 있었다. 청사 경비가 삼엄한 탓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중앙지검 일부 직원은 음식을 수령하려 약 200m 떨어진 청사 출입구까지 나가야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