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방한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강력하고 실효적인 확장 억제 방안 도출을 주문함에 따라 한미 당국 간 방위 공약 강화 작업에 가속이 붙게 됐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앞서 11일 국방부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대한민국에 전술 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불거졌던 논란도 수습 국면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오스틴 장관을 접견한 윤 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윤 대통령은 오스틴 장관의 방한이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돋움한 한미 동맹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연합방위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미가 올해 전반기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 연합연습을 최초로 11일간 중단 없이 시행하고 연합 야외 기동훈련의 규모를 확대해 시행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높이 평가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화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 예방에 앞서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회담했다. 두 장관은 회담 후 공동 보도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최근 무인기 침투 등 연이은 도발 행위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을 강력히 규탄하고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확고한 대한(對韓) 방위 공약 보장을 위한 미국의 확장 억제 실행력 강화 조치들을 공동으로 재확인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도 적시적이고 조율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이뤄지도록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올해 연합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강화하기로 했다”는 합의 사항도 소개했다.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스틴 장관은 “확장 억제 공약은 확고하다”며 “확장 억제에는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모든 범주의 미국 군사 능력이 포함된다”고 역설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강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미국이 근래 한반도 주변에) F-22, F-35 전투기와 로널드레이건 강습항모단 같은 자산을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는 “F-22 및 F-35 전투기 같은 전략자산들을 좀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는 방침도 공개했다.
두 장관은 확장 억제를 위한 안보 공약의 실행력을 강화하는 조치에 대해 “동맹의 능력과 정보 공유, 공동 기획 및 실행, 동맹 협의 체계 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 개최될 한미 SCM 이전에 한미의 맞춤형억제전략(TDS) 개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진전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두 장관은 “북한의 핵 위협 억제 및 대응 방안과 관련한 동맹 간 논의를 증진시키기 위해 2월 중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가급적 이른 시기에 한미일 안보회의(DTT)를 개최해 3국간 안보 협력 증진을 논의하기로 했다. 해당 회의에서는 한미일 3국간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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