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 중단 사태로 수천억 원대의 피해를 낸 ‘머지포인트’ 운영사의 공동 설립자 소유 부동산이 경매에서 낙찰됐지만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제로(0)’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매 업계에 따르면 권보군 머지플러스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소유하고 있던 서울 구로구 소재 오피스텔이 1월 12일 최초 감정가의 82%인 4억 1920만 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검찰이 추징을 위해 가압류를 건 시점에 앞서 피해를 본 업체가 1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남지 않았다. 권 CSO는 누나인 권남희 대표와 머지플러스를 공동 설립했다.
구로구 오류동에 위치한 해당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102.24㎡(약 31평)다. 최초 감정가는 5억 2400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8일 1차 매각 기일을 진행했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후 올해 1월 12일 2차 매각에서 단독 응찰한 김 모 씨가 낙찰을 받았다. 경매시장 한파에도 최초 감정가의 80%가 넘는 금액에 낙찰된 배경으로는 임차인이 없어 상대적으로 권리관계가 단순하다는 점,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해당 평형의 호가는 6억 원 전후, 실거래가는 5억 원 후반대로 낙찰가는 이보다 1억 원 이상 저렴하다.
문제는 검찰이 가압류를 건 시점이 근저당권 설정일보다 후순위라 사실상 피해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0원’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53억 3000만여 원 규모의 추징을 위해 지난해 1월 7일 가압류를 걸기 전에 전자상품권 업체인 한국페이즈서비스가 머지포인트 환불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21년 8월 20일 10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한국페이즈서비스는 머지플러스에 상품권을 공급하고 일정 부분 판매 수수료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고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하면서 한국페이즈서비스는 두 곳의 온라인 업체에서 환불된 교환권에 대한 판매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이에 한국페이즈서비스는 머지플러스 측에 약 29억 원의 손해배상 및 77억 원의 미지급 정산 대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머지플러스 측이 변론조차 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8월 한국페이즈서비스가 승소했다.
검찰이 동결한 권 CSO와 누나인 권 대표의 재산 41억 원 가운데 일부가 앞으로 경매에 나오더라도 피해자들에게 돌아가는 배상금은 없거나 매우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머지포인트의 경우 전자금융법 위반을 포함해 사기죄·횡령 등의 혐의를 함께 받고 있어 소비자들은 배당에서 더욱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피해자들이 직접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통한 일반 채권은 배당 순위에서 근저당권 물권에 밀리게 된다”며 “가압류권자들이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낙찰가가 근저당권 금액을 넘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경매시장 한파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20% 할인해서 판매했던 머지플러스는 파트너사들의 협업 종료에 따른 환불 및 정산 불가로 이어지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피해자들은 권 CSO와 권 대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권 대표와 권 CSO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들 남매는 2020년 5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회사 적자가 누적돼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섰는데도 소비자 57만 명에게 머지머니를 2521억 원어치 판매한 혐의(사기)를 받는다. 이에 재판부는 권 CSO에 대해 53억 3000만여 원의 추징을 요청하고 머지플러스주식회사에 대해서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