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보수단체의 시민분향소 접근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재판부는 분향소 설치를 이유로 이미 신고를 마친 신자유연대의 집회를 금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6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임정엽 수석부장판사)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가 신자유연대와 이 단체 김상진 대표를 상대로 낸 분향소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분향소 반경 100m 안에서 방송이나 구호 제창, 현수막 개시 등을 못하도록 해달라는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광장의 특성, 집회 및 분향소 설치 경위 등에 비춰 보면 유가족협의회의 추모감정(행복추구권)이나 인격권이 신자유연대의 집회의 자유보다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유가족협의회가 광장을 배타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자유연대가 분향소 설치 이전인 지난해 11월 집회 신고를 마쳤지만, 협의회는 경찰이나 구청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태원광장은 거주자, 상인 등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며 “장례식장이나 추모공원처럼 오로지 유가족이나 추모객들이 경건하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고인에 대한 애도를 할 수 있는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분향소 근처 현수막이나 신자유연대의 비속어 발언도 참사 희생자나 유가족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 아닌 만큼 유가족들의 추모감정·인격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9일 신자유연대가 분향소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등 추모감정을 훼손했다며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자유연대는 유가족을 모욕하거나 비방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이태원광장에 먼저 집회신고를 내고도 분향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장소를 양보했다고 반박했다.
협의회는 지난 4일 서울광장에도 희생자 159명의 영정을 올린 분향소를 설치하고 철거를 요구하는 서울시와 대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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