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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대비 민방공훈련 6년만에 부활…5월 실시키로

尹, 중통위회의 개최…대통령 주재는 7년만

아파트, 상가 등 대피시설 설치 의무화 검토

데이터센터 국가시설 지정 방안도 논의돼

의정부시 관계자들이 2016년 8월 24일 전국 민방공훈련에 동참해 북한의 핵 및 화생방공격 등에 대응해 피난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의정부시




[소방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하자 정부와 군이 유사시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평시 대비를 강화한다. 그런 차원에서 전국 단위의 민방공훈련을 5년만에 부활한다. 북한의 공격 및 테러 등으로 전산망이 마비되는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국의 주요 데이터센터들을 국가중요시설로 지정해 보안을 강화하고, 특정 아파트 및 상가단지 등을 조성시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 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열었다. 중방위 회의는 연례적으로 개최돼 왔지만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주재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해당 회의가 대면회의 형식으로 열린 것도 3년만이다. 지난 3년간은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회의가 아닌 서면 회의나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돼 전시 등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통합방위력이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왔는데 현 정부 들어서 회의가 정상화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회의에서 통합방위태세 점검과 함께 민방공 경보체계 개선 방안 등을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올해 회의는 北 핵·미사일과 고강도 도발 위협 등 현 안보관련 주요 이슈에 대해 범국가적 차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통합방위 제도(규제) 등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기관별 공조·협업사항 등 정책적 대안 도출에 중점을 두고 개최됐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총 160여명이 참석했다. 그 중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 등 국회 주요인사,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광역자치단체장, 군·경찰·해경·소방 기관장, 국가정보원장 등 통합방위 주요직위자 등이 포함됐다. 특히 우리 군에선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들이 대거 참석해 유사시 민관군이 총력대응하기 위한 대비태세가 복원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회의에선 국가정보원이 기관발표 순서를 통해 현재의 안보정세를 설명했다. 이어서 통합방위본부 부본부장인 강신철 중장이 군사대비태세 및 통합방위태세의 추진성과와 올해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어진 주제토의는 통합방위본부장인 김승겸 합참의장이 직접 진행했다. 통합방위위원들은 주제토의에서 현재의 안보상황 관련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고강도 도발에 대비한 대응역량 강화와 국민보호 대책, 테러·사이버 위협 대비태세와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토의에는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등 3명의 민간 전문가 임종인 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이만종 교수(호원대 법경찰학과), 박재완 교수(국민대 안보전략학과)도 함께 패널로 동참했다.



이날 토의에선 올해 5월 실시될 전국단위 민방공훈련 시행계획이 소개됐다. 민방공훈련이 각 지자체 단위가 아니라 전국 단위로 열리는 것은 2017년 8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년간 전국 단위 민방공훈련이 미실시돼 유사시 북한의 미사일 폭격 등에 대응하기 위한 국민보호체계가 느슨해졌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민방공 경보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사이렌과 TV방송 자막을 통해서만 전파됐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도 전파할 수는 있었으나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이어서 문자전화로는 적시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생겼다. 특히 지난해 11월 2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날아왔을 당시 주민 다수가 이를 인식하지 못한 점이 환기됐다. 당시 민방공 경보가 울렸으나 오래 걸렸고, 문자메시지 전파도 적기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당국은 휴대전화의 재난문제 메시지를 통해 민방공 경보가 자동으로 보내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날 회의에선 적의 핵·미사일 등 공격으로부터 국민들이 대피하기 위한 방호시설도 확충·보강의 필요성도 토의됐다. 특히 세부적으로는 학교, 정부청사와 같은 공공건물을 건축하거나, 특정 아파트·상가단지 조성 시 대피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해당 대피 시설 설치시 평시에는 핀란드처럼 도서관, 수영장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범정부 차원에서 토의됐다. 핀란드의 경우 민간 건물의 85%가 방공호 등 대피시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건물은 대피 공간을 평시에 카페나 주차장,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호시설 보강·확충이 논의되는 것은 기존의 시설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미흡·미비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유사시 대피시설’(행정안전부 지정 기준)은 우리나라 총 인구 대비 약 2.74배를 수용(수용률 274%)할 정도로 양적으로는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해당 시설들의 방호 수준은 실전시 대응력이 떨어지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지하상가, 지하철역 등이어서 적의 핵공격 등이 실시될 경우 주민들을 제대로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군은 분석했다. 핵미사일 등 폭발시 후폭풍 등을 막아줄 정도로 방호력을 갖춘 방폭문이 설치된 역사 및 주차장은 신금호역과 정릉 지하주차장 등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의 공격 위협에 직접 노출된 접경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내 인구수 대비 유사시 대피시설의 수용률이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인구 100명당 1명 정도만 간신히 피할 정도로 대피공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이날 토의에선 전국의 데이터센터를 국가중요시설로 지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데이터센터가 파괴될 경우 민관군의 주요 전자통신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돼 안보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했던 데이터센터 화재는 해당 시설의 보안과 안전 유지가 얼마나 국가와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한지 새삼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데이터센터는 90곳인데 그중 3개만이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당국은 국가중요시설 지정 데이터센터를 늘리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대부분이 민간시설이어서 해당 민간운용자와의 협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될 경우 방호인력 배치를 비롯한 경계·보안이 강화돼야 하기 때문에 민간운영자의 비용부담이 커지는 측면도 있어서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병행돼야 국가중요시설 지정 확대정책이 순풍을 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겸 통합방위본부장은 "우리가 당면한 전방위적 안보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의미 있는 회의였다"고 이날 행사를 평가했다. 이어서 "앞으로 지혜와 힘을 모아 확고한 통합방위태세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중합위 회의는 북한의 잦은 대남 침투 및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1968년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같은해 제 1회 비상치안회의가 열린 데서 비롯됐다. 매년 열려왔는데 올해까지 총 56차에 이르는 회의 중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주재한 횟수는 모두 33회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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