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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이버분야 첫 대북 독자제재…개인 4명·기관 7곳 지정

박진혁·조선엑스포…해킹조직 라자루스 포함

"北 암호화폐 탈취 8000억… IT위장 취업도"

정부는 10일 해킹·가상자산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벌였거나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에 관여한 북한인 4명과 기관 7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외교부가 발간한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실태와 우리 정부의 대응 현황을 설명하는 국·영문 소책자. 연합뉴스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자금원 중 하나인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첫 대북 독자제재에 나섰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해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8000억 원 이상을 탈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교부는 10일 해킹·가상자산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벌였거나 관련 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에 관여한 북한인 4명과 기관 7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인은 박진혁, 조명래, 송림, 오충성 등 4명이며, 기관·조직은 조선엑스포합영회사, 라자루스 그룹, 블루노로프, 안다리엘, 기술정찰국, 110호 연구소, 지휘자동화대학(미림대학) 등 7곳이다. 제재 대상을 식별하기 위해 라자루스 그룹의 가상자산 지갑주소 8개도 등재했다. 이 중 조명래·송림·오충성과 기술정찰국, 110호 연구소, 지휘자동화대학은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 들어 3번째 독자제재로, 지난해 10월과 12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제재 회피 등에 관여한 개인과 기관들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특히 역대 첫 사이버분야 제재여서 주목된다.

박진혁은 조선엑스포합영회사 소속 해커로, 2014년 미국 소니픽쳐스를 해킹하고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에 가담한 전력이 있다. 조명래는 정찰총국 산하 컴퓨터기술연구소장으로, 전산망 공격형 JML 바이러스를 개발했다. 송림은 로케트공업부 산하 합장강무역회사 소속으로, 스마트폰용 보이스피싱 앱을 제작하고 판매한 인물이며, 오충성은 국방성 소속 IT 인력으로 두바이 등에서 구인플랫폼을 통해 IT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를 수주했다.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기관 중 지휘자동화대학은 인민군 총참모부 산하에 1986년 설립돼 사이버 전문 인력 양성과 송출에 관여하고 있으며, 나머지 제재 대상 기관은 직접적으로 해킹과 가상자산 탈취 등 사이버 공격에 가담해왔다. 110호 연구소는 2000년대 초반 창설돼 활약한 것으로 파악되는 인민군 정찰국 산하 해커조직이자 사이버전 전담부대다.

이번 조치는 윤석열 정부 들어 세번째 독자제재로, 처음으로 사이버 분야에 특화한 제재다. 통상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 우리가 뒤따르던 패턴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준일 외굡 북핵외교기획단장은 이날 진행한 사이버 분야 대북 독자제재 관련 브리핑에서 "북한 사이버 활동 전반을 포괄적으로 제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응을 선도하게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번 제재 조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업계에서 이 사안에 대해 매우 열심히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민관이 공조해야 시너지 낼 수 있는 분야로 기술 발전이 빠르고 수법이 다양해서 각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서 연구를 해야 효과적 차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이버 분야 추가 제재와 가상자산 지갑 주소 제재 리스트 추가 등재 등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해당 분야 대북 제재 조치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에 지정된 제재 대상과 외환 거래를 하거나 금융 거래를 하려면 각각 한국은행 총재 또는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 또 금융위원회의 사전 허가 없이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것도 금지된다.

한편 외교부는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의 불법 외화벌이 실태와 우리 정부의 대응 현황을 설명하는 국·영문 소책자도 발간했다.

정부는 이 책자를 관련 민간기업과 경찰서 등 국내는 물론 외교채널을 통해 각국의 정부·학계·업계에도 배포해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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