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무기로 인터넷 공간의 '손바닥 사이즈'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웹브라우저의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일 수 있는 '사이드바'를 통해 구글 크롬의 독주를 깨겠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웹 브라우저 기업 오페라에 따르면 오페라는 오픈AI의 챗GPT를 통합해 'AI 생성 콘텐츠(AIGC) 서비스'를 탑재한 사이드바 기능을 선보였다. 송 린 오페라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생성형 AI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구글 바드 등 솔루션이 빠르게 론칭되고 웹 브라우저가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내놓게 돼 흥분된다"고 말했다.
먼저 오페라에서 선보이는 기능은 '축약(shorten)'기능으로, 특정 웹페이지나 기사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준다. 오페라 측은 챗GPT가 줄 수 있는 기능 외에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빠르게 훑고 요약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게이밍 유저들을 대상으로 점유율을 높인 오페라는 지난 달 기준 전 세계에서 2.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사가 있으며 중국 기업 쿤룬에 인수됐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오페라는 AIGC 서비스 출시가 관측되면서 지난 5일 간 주가가 15% 가량 올랐다.
생성형AI가 촉발한 브라우저 ‘사이드바’ 경쟁
이 같이 브라우저별로 사이드바에 생성형AI를 도입하는 흐름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작했다. 지난 7일 MS는 자체 브라우저 엣지에 사이드바 형태로 작문과 요약 기능을 도입하면서 구글 크롬에 선전포고를 했다. 작문 기능은 특정 주제로 단락, e메일, 블로그 포스팅 등의 글의 초안을 만들어준다. 문체도 정보 전달용부터 열정적이거나 재미있는 글 등의 선택지 중에서 고를 수 있게 했다. 재무제표나 긴 논문 내용도 AI가 요구에 따라 요약해준다. 나델라 MS CEO는 “우리의 일을 더 잘하게 만들고 힘든 일을 줄일 수 있게 해주는 생산성 도구가 필요하다”며 “생성형AI는 모든 소프트웨어 카테고리를 재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MS는 이 서비스를 자체 브라우저 엣지에 한정시키지 않고 외부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서프 메디 MS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우리의 목표는 이 서비스를 엣지를 시작으로 구글 크롬 등 모든 브라우저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우저 ‘록인 효과’ 위해 차별화하는 사이드바
브라우저의 성능과 호환성에는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이용자가 느낄 수 있는 차별점에는 사이드바 기능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브라우저 업체마다 이용자들의 고충점인 문서 요약이나 메일·소셜미디어 게시글 초안 작성 등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데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 구글 크롬이 출시된 이후 15년 간 경쟁 판도가 고착됐던 시장에 생성형AI가 새로운 긴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자체 브라우저에 이용자를 유치하는 이유는 ‘록인(rock-in·잠금) 효과' 때문이다. 특히 구글 크롬이 주소창을 검색창과 동일한 기능을 하게 한 뒤로 경쟁사들은 자사 사이트로의 유입이 어려워진다는 불만을 내놓은 바 있다.
내년부터 구글이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는 쿠키를 중단하는 등 제3자 데이터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자체 브라우저의 경쟁력을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지난해 12월 아크(Arc)가 자체 브라우저를 내놨고 덕덕고(Duckduckgo) 역시 자체 브라우저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전세계 브라우저 점유율은 구글 크롬이 65.4%로 가장 높고 이어 애플 사파리가 18.7%를 차지한다. 이들 양대 브라우저의 점유율이 84%를 넘는다. 이어 MS 엣지가 4.4%로 높고 파이어폭스(3%), 삼성 인터넷(2.6%), 오페라(2.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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