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2억 원대로 국내 최고 분양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던 서울 청담동의 고급주택 개발 사업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조달 실패로 결국 공매에 넘어갔다. ‘부동산 불황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상위 1% 대상 ‘하이엔드 주택 사업’도 부동산 시장 자금 경색과 고금리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셈이다.
14일 경매 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49-8번지 토지(면적 1660.3㎡)와 사업인허가권에 대한 공매 절차를 진행한다. 해당 부지는 시행사 루시아홀딩스가 최고급 주택 시설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 사업을 추진하던 곳이다. 전용면적 68㎡는 65억 원, 펜트하우스는 300억 원대 등 평균 분양가가 3.3㎡당 2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돼 화제가 됐다.
그러나 사업이 지연되며 시행사 측에서 만기가 다 된 브리지론을 본PF로 전환하지 못했고 이에 대주단은 이를 공매에 넘겨 자금 회수에 나서기로 했다. 1차 공매 예정 금액은 2263억 원이며 유찰이 거듭되면 공매가는 1650억 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는 선순위로 950억 원을 빌려줬으나 후순위 대출에 인수를 확약한 SK증권은 최악의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시행사와 대주단 측은 사업 재개를 위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루시아 관계자는 “공매를 취소하고 이르면 이달 말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초고가 주택 개발 사업으로 큰 수익을 낸 디벨로퍼들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였지만 최근 잇따라 사업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한 개발 업계 관계자는 “높은 금리로 다들 신규 사업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정부 정책금융만 풀렸을 뿐 민간금융은 여전히 경색돼 있어 쉽사리 주인을 찾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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