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난티는 각 단위 사업장을 플랫폼이라고 부릅니다. 공간에 가치를 부여해 이야기를 전하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죠. 온라인 플랫폼도 초기에는 투자비가 많이 들어 적자가 지속되지만 사업이 규모가 커지고 궤도에 오르면 수익이 나잖아요. 아난티도 그렇습니다. 플랫폼이 늘었고 지난해부터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아난티앳강남’에서 만난 리조트·호텔 업체 아난티의 이만규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이 추구했던 리조트 사업의 철학과 가치를 지켜냈고, 성공했다. 업계가 휘청거렸던 팬데믹 기간에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 객실 가동률은 80%를 넘었다. 시설 운영부터 온라인 예약까지 회사 자체적으로 해결한 것이 수익성을 끌어올린 비결이다. 다른 온라인여행사(OTA)를 통한 예약은 20% 미만에 불과하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은 2333억 원, 영업이익은 799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전체 매출이 역대 최초로 3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올해 부산에 오픈될 예정인 ‘빌라쥬드아난티’의 분양이 매출에 반영돼 매출 1조 원 시대가 열린다.
이 대표는 “브랜드 가치만 유지한다면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아난티에 리스크는 딱 하나 있는데 정신줄을 놓고 브랜드 가치를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난티의 리조트·호텔은 남해·가평·부산·서울 등 모두 4곳이고 여기에 부산의 빌라쥬드아난티와 제주의 ‘아난티클럽제주’ 등 2곳이 올해 문을 연다. 총 6개의 플랫폼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올 6월 오픈하는 빌라쥬드아난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양한 형태의 객실에 부대 시설도 많고 풍광도 멋집니다. 바다와 숲, 도시와 전원,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프랑스어로 ‘아난티 마을’이라는 뜻의 빌라쥬드아난티는 야외 수영장과 정원을 갖춘 94채의 매너하우스(독채 빌라)와 함께 천연 온천수의 히노키탕이 있는 스프링하우스, 복층 구조로 설계돼 여유로운 공간과 프라이빗풀까지 갖춘 듀플렉스하우스 등 총 390개의 다양한 객실을 구비하고 있다.
또 울창한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11개의 야외 광장, 5개의 공용 수영장, 피라미드 구조와 크리스털 외벽이 눈길을 끄는 3층 규모의 갤러리·레스토랑·편집숍 등의 복합 문화 공간도 있다. 전체 규모는 대지 면적 16만㎡(약 4만 8000평)로 현재 인근에 운영 중인 ‘아난티코브’의 2배 규모다.
이 대표는 “빌라쥬드아난티는 아난티 플랫폼의 최신판인 3세대”라며 “소설에 비유하면 기존의 단편·중편이 아닌 현재 아난티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장편소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조트만으로 이렇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이 대표에게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설득시키는 묘한 힘이 있다. 그는 자사가 만드는 리조트에 아난티다움이라는 이야기를 심었고 앞으로도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업계를 앞서간다, 아니다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하이엔드·고급·럭셔리라는 말을 쓰는 것도 삼간다. 우리에게는 우리 이야기가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아난티 이야기는 사람들의 특별한 경험과 라이프 스타일이 실현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난티 측은 이에 대해 ‘고객의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아난티 이야기는 2006년 문을 연 ‘아난티남해’에서 시작됐다. 처음 명칭은 ‘힐튼남해골프앤스파리조트’. 미국 영화에서 나올 법한 휴양지를 꿈꾸며 이름에 ‘리조트’를 붙였는데 이 용어를 국내에서 최초로 사용한 사례라고 한다. 콘도나 골프텔처럼 잠만 자는 숙소가 대부분이었을 때다. 이 대표는 당시에 대해 “(리조트 시설을) 올바르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우리가 처음 리조트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이는 기존의 콘도 등과는 다르다는 의미였다”고 부연했다.
아난티남해는 지금도 최고의 리조트로 평가된다. 지난해 아난티남해는 월드골프어워즈의 ‘한국 최고의 골프 호텔’ 부문을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다만 아난티는 현재 ‘리조트’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아난티가 일반 리조트처럼 인식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난티남해 역시 2018년 지금의 명칭으로 바꿨다.
1세대인 아난티남해에 이어 2세대로 경기도 가평의 ‘아난티코드’와 부산의 ‘아난티코브’가 나왔다. 이들은 각각 산과 바다를 바라보는 리조트로서 독특한 공간과 시간을 경험하게 한다. 남해에서 시작된 아난티다움이 한층 더 진화한 것이다. 특히 아난티코브는 국내 대표적 스파인 워터하우스로 유명하다. 워터하우스 인피니티풀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다른 곳과 비교가 어려운 놀라움을 선사한다.
지난해 6월 오픈한 아난티앳강남은 또 다른 아난티 이야기다. 리조트 성격인 다른 곳과 달리 서울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호텔이다. 그럼에도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아난티다움이 그대로 배어난다. 이 대표와 인터뷰를 한 것은 아난티앳강남의 일반실. 평범한 객실이지만 복층 구조로 설계해 아래는 모임을 할 수 있게 했고 침대는 위쪽에 배치했다. 이 대표는 “객실의 층고가 3.5m”라며 “가족 여러 명이 같이 와도 답답하지 않게, 여유 있는 일정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아난티의 진군은 계속된다. 올 4월에는 ‘이터널저니 온라인몰’을 오픈하고 올해 안에 경기도 가평의 ‘레이크드아난티코드’ 착공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운영 중인 객실은 총 800개 정도 된다. 빌라쥬드아난티를 합치면 1000개 정도”라며 “향후 사업을 확대해도 2000개는 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리조트 3~4곳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아난티는 해외 사업도 본격화한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의 투자 전문 회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다만 해외에서는 기존 아난티가 해온 분양 방식의 사업은 쉽지 않다고 판단해 운영사로 만족할 생각”이라며 “그래도 여행객들이 아난티의 브랜드 콘셉트와 철학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난티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이 대표가 직접 설계를 지휘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사람들이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고 이에 맞춰 만들어나가려 하는데 이를 건축가가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디자인의 방향성에도 아난티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리조트 분야에서 성공한 2세 경영인이기도 하다. 골프장 및 레저 사업은 부친인 이중명 아난티그룹 회장(현 대한골프협회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이 대표는 앞서 대우그룹에서 근무한 후 2004년 대표로서 사업을 이었다. 그리고 사업 분야를 리조트로 확대하면서 2018년 사명도 ‘아난티’로 변경했다.
He is …△1970년 서울 △명지고 △1993년 연세대 경영학과 △1997~1999년 ㈜대우 자금부 및 회장 비서실 경영관리팀 △2004년 에머슨퍼시픽(현 아난티) 대표 △2011년 아난티클럽서울 대표 △2022년 아난티강남 대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동탑산업훈장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