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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최고령 박사 탄생 …"그 나이에 어떻게 공부하냐고요? 정신 연령은 낮아요"

국내 최고령 박사 이상숙 선생. 사진 제공=성공회대




“이 나이에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걸 남들이 인정해주고, 도와주고, 격려해준 데 감사할 뿐입니다. 저를 최고령 박사라고 하지만 나이에 대해서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정신연령은 생각해봤는데 어린 것 같아요.”

92세의 나이로 성공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상숙(92·사진) 선생은 14일 서울경제에 ‘최고령 박사’가 된 소감에 대해 “나이가 많은데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겠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더러 있었다”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나이를 떠나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5년간 석·박사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16일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이 선생은 기업과 사회단체에서 쉴 틈 없이 일하다 쉬고 싶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으나 공부하는 게 삶의 즐거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박사 학위 논문을 쓰면서 함께 연구해보고 싶었던 내용이 너무 많아 떼어 놓았는데 당분간 이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쓸 계획”이라며 “졸업 후에도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젊은 시절부터 쉴 새 없이 일했다는 이 선생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1931년생인 그는 1961년 숙명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서울모자원 수예 교사로 일했다. 1965년에는 완구 제조·수출 업체 ㈜소예를 창업, 30년간 대표이사 사장·회장으로 회사를 경영하면서 대통령표창·석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여성경제인협회장, 숙명여대 총동문회장,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부회장,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위원장을 지내는 등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했다.



그가 사회학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중소기업 경영자 모임에서 강연자로 초빙했던 사회학과 교수들이 내놓은 명쾌한 대답 때문이었다. 그는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후임자에게 업무 인계를 하는 중 가족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다 끝나면 사회학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중소기업 경영자 모임에서 종종 강연자로 초빙했던 사회학 교수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모습을 흠모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선생은 이어 “그때까지만 해도 사회학 박사과정은 꿈도 꾸지 않았지만 며칠 뒤 딸이 밥을 같이 먹자며 데려간 곳이 성공회대였다”면서 1시간을 남기고 ‘극적으로’ 지원했던 당시를 떠올리기도 했다. 엉겁결에 접수했지만 이미 사회학에 대한 열망이 잠재의식에 자리 잡았던 걸까. 그는 구술 면접을 대비해 사회학개론 등 세 권을 사서 달달 외우다시피 했다. 그러나 면접 때 전공 관련 질문은 없었다. 합격의 비결을 묻자 “'저는 일을 맡으면 꽤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당당함이었을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많은 나이가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젊은 동급생들의 학업 속도를 따라가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는 석사과정 중에는 학교 앞에 작은 공부방을, 박사과정 때는 학교 기숙사에 이용료를 지불하고 방 하나를 얻어 그곳에서 책과 씨름했다. 박사과정 마지막 1년은 박사 학위 논문을 쓰느라 컴퓨터 앞에만 앉아 종일을 보냈다. 꼿꼿했던 고개와 어깨가 논문을 쓰면서 점점 굽어갔다.

사회학을 막연하게 흠모했던 그가 석·박사 전공으로 사회학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국내·남북한·국제사회의 극단적 이념 갈등의 해법을 찾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는 “조그마한 나라에서 둘로 나뉘어서 서로 원수인 양 싸우는 건 백해무익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신앙이자 대외 활동의 원천이던 기독교를 사회학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다. 이 선생은 “인간 예수를 소개하면서 사회학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갖느냐를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토피아적 전체주의에 사로잡힌 이는 유토피아적 전체주의에 의해 벌어지는 폭력을 보지 못한다”며 “전체주의적 악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나는 나다’라는, 자기정체성의 감옥을 깨고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사 논문 ‘인간 예수의 혁명적 순종이 갖는 정치 윤리와 레비나스의 케노시스론’에 이러한 자신의 주장과 논거를 자세히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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