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인플레이션이 최근 둔화하고 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내로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하지 않는 것은 물론 기준금리를 3.5%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개브리엘 매클로프(사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1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준금리가 3.5%보다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물가를 목표치까지 내리기 위해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그가 ECB 통화정책위원들 가운데 중도파에 속한다는 점에서 추후 통화정책 방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ECB가 현재 3%인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린 뒤 이를 유지하거나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가 고조돼왔다. 최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8.5%로 지난해 10월(10.6%) 고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달 초 ECB 통화정책회의에서도 “(3월 이후) 다음 통화정책의 ‘후속 경로’를 평가하겠다”는 발언이 나오며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매클로프 총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라며 이를 일축한 뒤 "기준금리를 (3.5% 이상의) 고점까지 올린 뒤 그 상태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가 통상 18개월의 시차를 두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화정책의 효과를 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WSJ는 “유럽의 견조한 노동시장과 우크라이나 전쟁발(發) 경제 혼란, 가계·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위험이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 시장의 관측대로 올해 말 피벗을 단행해 ECB와 엇갈린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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