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으로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켜주십시오”
15일 낮 12시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분향소 앞에서 붉은 목도리를 두른 유가족들의 159배가 시작됐다. 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에 온전한 추모공간을 보장해줄 것과, 책임자에 대한 조사 등을 요구하며 159번의 절을 올렸다. 참사로 희생된 159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를 담은 절이었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회고하며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큰절을 올렸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절을 올리는 유가족들을 따라 몸을 숙이며 함께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159번의 절이 끝난 뒤 돗자리를 포개어 정리하는 유가족들 옆에서 초록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는 눈물을 훔쳤다.
159배가 끝난 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1시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위법 행정을 규탄한다”며 “시는 더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지우려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1시를 분향소 자진 철거 시한으로 명시했으나 철거 기한을 넘기고도 행정대집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유가족들은 시의 행정대집행이 위법하다며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에게는 희생자를 온전히 추모할 권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할 권리, 진정한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다”며 “시민과 함께 추모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전날 녹사평역에 설치됐던 시민분향소는 철거하고, 서울광장 분향소와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은 서울광장 분향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집회 신고 의무가 없는 ‘관혼상제’에 해당해 적법한 집회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가 유가족 측에 계고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행정대집행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주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유족들은 적법한 계고 통지를 받은 바 없다"며 “계고 통지는 언론을 통해 하는 게 아니다. 누가 그걸 해야 하는지 명확히 특정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는 이달 6일 ‘분향소를 2월 8일 오후 1시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의 2차 계고서를 전달한 뒤 7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날 오후 1시까지로 기한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와 대책회의는 "서울시는 분향소 운영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며 "진정 협의를 원한다면 사실 왜곡과 여론 호도를 중단하고 유가족에게 공식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유가족들은 “책임자들은 목소리를 묵살하지 말아야 한다”며 “국민들이 어디서도 죽지 않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행정대집행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유가족 측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 “추모의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추모 또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서울시와 서울시민은 충분히 인내하며 기다려왔다.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철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시는 “서울광장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전제로 합법적인 어떤 제안도 상호 논의할 수 있다는 시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유가족 측의 답변을 열린 마음으로 기다리겠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나 시가 대화를 요청하고 있어 당장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 안팎의 관측이다. 다만 이날 현장에서는 경찰과 유가족 간의 긴장감이 팽팽했다. 오후 4시께 경찰이 분향소 주변에 경찰통제선 펜스를 설치하다 유가족들이 항의해 철거하기도 했다. 오후 5시 20분께에도 통제선을 설치하려는 경찰과 유가족·시민단체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오후 6시 30분을 넘어선 시점까지 서울광장 주변에 배치된 경력이 계속해 늘며 긴장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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