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저질러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가 됐지만 정작 주소나 직장 변경 신고, 사진 촬영 등을 하지 않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전담 경찰 인력은 한 명도 없고 성범죄자가 경찰의 사진 촬영 요구, 주소 등록 등에 거부하더라도 강제할 수 있는 규정마저 없어 신상정보등록제도에 구멍이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신상 정보 등록 위반 혐의로 입건된 성범죄자는 2018년 3771명에서 2022년 5458명으로 31%(1687명) 급증했다. 성범죄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확정 판결 또는 출소 30일 이내에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 자신의 실거주지와 직업·사진 등을 등록해야 한다. 이후 이사나 개명·이직 등으로 등록 정보가 변경되면 20일 이내에 이유와 변경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 매년 한 번씩 경찰서에 가서 사진도 촬영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문제는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가 정보를 제대로 등록·변경하고 있는지 관리하는 전담 인력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각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관들이 가정폭력·아동학대 수사 등을 병행하면서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 관리 업무까지 맡고 있다.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는 10만 1071명에 달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여청과 수사관 3209명뿐이다.
이마저도 현재 스토킹처벌법 신설과 데이트폭력 업무 이관 등으로 담당 사건이 폭증하고 보호조치(잠정·임시조치) 및 피해자 안전조치 등 업무가 증가해 수사관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
신상 정보 등록·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도 상황은 비슷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공무원 등 26명이 전부”라며 “매년 등록·관리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라 업무 부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규정이 없는 점도 문제다. 경찰이 사진 촬영이나 주소지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면 점검을 요청하더라도 성범죄자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자의 비협조로 실질적인 점검이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경찰관이 집을 찾아가면 ‘왜 찾아왔냐’고 따지면서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제소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처벌 역시 솜방망이 수준이다. 서울 동부지법에 따르면 아동 성범죄 전력으로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가 된 김 모(73) 씨는 이사 간 사실을 관할 경찰서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최근 벌금형 100만 원을 선고 받는데 그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미 동종범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점을 감안했다”면서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경찰도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를 관리하는 내부 인력과 제도 등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 정보 등록대상자에 대한 효과적·실질적인 점검이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을 법무부·여가부 등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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