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외비' 권력 앞에서 서서히 변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본질적인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 번의 선택은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또 다시 선택을 부른다. 작품은 선택과 결과를 속도감 있게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정치 세계로 초대한다.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대외비'(감독 이원태)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원태 감독,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외비'는 1992년 부산,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과 정치판의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행동파 조폭 필도(김무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 비밀문서를 손에 쥐고 판을 뒤집기 위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는 범죄드라마다. '악인전'의 이원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대외비'의 영어 제목은 '더 데빌스 딜(The Devil's Deal)'로 악마와의 거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감독은 영어 제목이 작품의 주제를 담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정치 영화처럼 보일 수 있는데, 좀 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순태의 대사 중 '권력을 쥐려면 영혼을 팔아야 된다'는 말이 나온다"며 "이 대사 자체가 작품을 아우른다"고 했다.
이 감독은 정치범죄물 중 '대외비'만의 차별점을 꼽았다. 그는 "직접적으로 정치인을 주인공으로 내보고 싶었다. 그 주인공 곁에서 같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숨은 권력자와, 겉으로 드러나 있는 폭력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며 "권력의 속성을 다룬 게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평범한 40대 정치인에서 점점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가는 해웅은 작품을 이끄는 캐릭터다. 믿고 있는 이에게 배신 당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그는 권력을 찾기 위해 악과 손을 잡는다. 해웅에 대해 이 감독은 "처음에는 직업이 정치인일 뿐이지 보통 40대 남자의 모습이었다. 누구나 인생에 위기가 찾아오듯 해웅에게도 위기가 찾아오는데, 한 발 잘못 내딛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생존 위기 앞에서 모면하기 위해 나쁜 짓을 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해웅은 인간적인 모습, 변해가는 모습, 변한 뒤 모습을 다 보여줘야 됐다. 조진웅에게 첫 각색본을 전달하면서 '어려운 캐릭터를 줘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조진웅이 '미안한 거 알면서 왜 주냐'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조진웅은 "변해가는 포인트에 마다 이정표를 보고 잘 따라가도록 연기했다"고 말했다.
숨은 실세 순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캐릭터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전사를 가졌는지 작품에서 소개되지 않으며 끝까지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감독은 "순태의 배경과 전사를 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를 움직이는 손이라고 상정하고 캐릭터를 잡았다"며 "순태의 공간은 어둡고 차갑게 만들었다. 외형적인 건 이성민이 먼저 제안했는데, 짧은 머리, 콧수염, 구부정한 어깨에 다리를 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사람이 왜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저 자리까지 오르면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라는 마음이 들길 바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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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은 "정체를 모르는 인물이니 실체를 알 수 없는 것 자체를 외형으로 삼으려고 했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모습의 이미지를 감독님께 설명드렸고, 상의하면서 만들어 갔다"고 했다.
이성민의 전작인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양철 캐릭터도 순태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연령대, 부와 권력의 중심에서 사람들을 조종하는 모습이다. 이성민은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도 그렇고, 제작보고회에서도 진양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며 "촬영 순서로는 '대외비'가 먼저다. 진양철은 '대외비'를 겪으면서 쌓은 나만의 것이 추가돼서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김무열이 연기한 필도는 부산을 장악하고 있는 조폭이다. 정치 세력인 해웅과 손을 잡고 부산에서 더 큰 권력을 쥐기 위해 움직인다. 해웅이 머리를 쓴다면, 필도는 뒤에서 몸을 쓰고, 피를 보는 캐릭터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런 필도를 표현하기 위해 김무열은 체중을 증량하고, 짧은 스포츠머리로 변신한다. 스크린 속 김무열은 무시무시한 조폭 그 자체였다.
김무열은 "증량하고 머리를 자른 후 거울을 볼 때마다 낯설더라. 이 모습으로 미술관 행사에 참석했는데, 맞는 옷이 없어서 고생이었다"며 "미술관에 조폭이 서 있는 것 같은 영상이 나오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감독은 "촬영 한 달 전에 증량하기로 결정한 거다. 김무열이 갑자기 살을 찌우느라 고생했다"고 다독였다.
수도권에서 나고 자란 김무열은 '대외비'를 통해 처음으로 부산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마치 외국어를 연기하는 느낌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말을 다시 배우는 것 같았다. 버릇을 고치는 건 쉽지 않았다"며 "높낮이부터 말투까지 전부 암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현장에서 대사가 바뀌면 눈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조진웅 선배님이 슬쩍 앞에서 대사를 읽어줬는데, 큰 힘이 됐다"고 감사했다.
조진웅은 '대외비'를 극장에서 봐야 되는 이유에 대해 "극장은 재미난 장치로 가득 찬 곳이다. 잘 들여다보고 싶을 때 돋보기를 쓰지 않냐"며 "극장은 돋보기와 같다. 이를 이용하면 영화의 풍미와 깊이 있는 본질을 들여다볼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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