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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난방비만 3000만원…화훼농가 '고사 위기'

■경기 농가 꽃재배 포기 속출

전기난방 교체했는데 '요금폭탄'

자재·인건비까지 뛰어 '삼중고'

원가 폭등해 졸업식 특수도 실종

"가격안정 위한 정책지원 절실"

권기현 고양시화훼연합회장이 21일 경기 고양시 원당동 비닐하우스에서 화훼 묘목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고양=이경환 기자




“작년 초만 해도 600만 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한달 난방비가 1000만 원을 훌쩍 넘어가네요. 상황이 이대로 계속 이어지면 화훼 농사를 접는 수밖에 없어요.”

21일 경기 고양시 원당동 원당화훼단지에서 만난 권기현 고양시화훼연합회장은 한숨부터 쉬었다. 3800㎡(약 1150평) 규모의 비닐 온실에서 여러 종의 호접란을 재배하는 권 씨는 최근 3개월 동안 난방비만 3000 만원을 냈다. 난방비 상승에다 자재비와 인건비까지 올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만 늘고 있다.

권 씨는 “전기요금이 35% 올랐다고 하는데 여러 세금을 더하면 체감상 50%에 달한다”며 “자재비도 두 배 이상 올랐고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마저 구하지 못해 인건비까지 덩달아 올라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고양 시내 500여 농가가 빚까지 내가며 겨울을 버텨내고 있지만 올 봄 시장이 좋지 않으면 여러 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며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농가는 좋은 품종을 육성하고 그렇지 못한 농가는 도태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대 화훼 생산량을 자랑하는 경기도에서는 폭등한 난방비를 부담할 수 없어 올해 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늘고 있다. 파주시에서 소규모로 장미를 키우는 김지수(49) 씨는 “올해 한파 때 온실 온도를 섭씨 25도로 맞춰야 하는데 그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과 전기료 연체 등으로 농사를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며 “졸업식 특수는커녕 앞으로 어떻게 빚을 갚아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용인시에서 3200㎡(약 970평) 규모 농장을 운영하며 장미 3만 주를 재배하는 김석훈(51) 씨도 이달 초 전기 요금이 두 배 이상 올라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농업인에게 친환경 설비 확대와 난방비 절감 효과를 이유로 전기 난방을 권장하는 것에 맞춰 온실 설비를 교체하면서 타격이 더 컸다.

김 씨는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로 무리해서 시설을 모두 교체했는데 전기요금이 크게 올라 시설 투자 비용이 모두 손해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금까지 키운 꽃들이 제값이라도 받아야 할 텐데 졸업과 입학 대목에도 꽃을 사는 사람이 줄어 당장 다음달 전기료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3년 만에 마스크 없는 졸업식 등 대목을 맞아 화훼농가는 특수를 기대했지만 생산비 폭등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은 얼어붙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3∼17일 장미 10송이 평균 판매가는 1만 519 5원으로 전년 1만 573 원 대비 43.72% 올랐다. 졸업식 꽃다발 소비가 부진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침체 영향까지 더해져 꽃 소비는 더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에서 소매 화원을 운영하는 이호석 대표는 “이달 초 일시적으로 꽃 값이 올라 3만 원에서 5만 원까지 오르자 가격만 물어보고 떠나는 고객이 대부분”이라며 “전기세라도 아끼려고 형광등 하나만 켜고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영통구에서 웨딩플래너업체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도 “지난해 말 700만 원 짜리 생화 장식을 계약하고 간 손님에게 가격 인상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자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예식을 취소하기도 했다”며 “농가 생산량 자체가 줄었고 원가 상승으로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화훼 업계는 내심 기대했던 졸업식 특수가 크게 약화된 데다 소비침체 영향도 심화돼 단기간에 화훼 시세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진수 고양시화훼협회 사무국장은 “화훼시장의 관건은 내수 소비인데 경기침체가 심화하는 상황이라 경기에 민감한 꽃 수요가 당장에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며 “가격 안정 등 농가 지원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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