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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삼성은 어떻게 '실리콘밸리 DNA'를 이식했나

■더 모먼트, 혁신의 변환점(하영욱 지음, 예문 펴냄)

반도체 불황으로 9000억대 적자

실리콘밸리에 혁신전략센터 설립

넷플릭스·페이팔 성공사례 배우고

혁신능력 갖춘 글로벌 리더 키워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세계 1위 등극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연합뉴스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성전자도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3년 호황, 3년 불황이 반복되는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에 따른 위기부터 5년,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 9000억 원가량의 적자 기록 등 위기를 겪을 때마다 회사는 초긴장 상태에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특히 삼성전자가 겪은 네 번째 위기는 2011년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다가 회사가 꼼짝 못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한 방법으로 선택한 게 ‘혁신’이다. 신간 ‘더 모먼트, 혁신의 변환점’은 삼성전자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저자 하영욱씨가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전자 혁신전략센터의 설립을 지원하고 혁신을 추구해온 과정·노하우를 다룬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혁신전략센터는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사전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거점이다. 글로벌 업체들을 만나고 관련 선행 기술을 함께 개발하거나 제때 투자를 실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분석하는 게 필요했다. 저자는 넷플릭스, 페이팔 등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혁신능력과 신뢰를 갖춘 리더 △성공한 기업 출신의 개발자가 창업해 성공을 이어가는 생태계 △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지원, 멘토지원 인프라 △돈보다 경력의 가치를 더 좇는 개발자를 성공의 필수 요소로 꼽았다.

당시 혁신전략센터가 중점 추진해야 할 과제는 데이터센터 출현에 따른 스토리지 시스템, 모든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디지털 헬스, 새로운 플랫폼이 될 자율주행차였다. 저자는 과제별로 한국의 본사와 혁신전략센터가 어떻게 협력해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는지, 결과적으로 프로젝트의 성과는 무엇이었고 어떻게 활용되는지 등을 설명한다.

가령 디지털 헬스의 경우 삼성전자는 의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사전 예방 차원에서 기술적으로 해결책을 찾기로 정하고 이를 손목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형태로 구현했다. 기기에 부착되는 헬스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내 병원과도 공동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애플 아이팟·시리의 개발자,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의 엔지니어 등을 채용해 시제품을 개발하는 등 글로벌에서 각종 제휴 협력을 진행한 끝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증까지 확보했다. 반도체사업부가 디지털헬스 분야에서 거둔 성공 사례다.



저자는 이런 성공이 모두 실리콘밸리식 문화와 인프라를 활용한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개발자와 회사가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개발 현황을 내·외부에 적극 공개하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쌓았다. 혁신과제별로 개발자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주고받아온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저자는 털어놨다. 초기에는 혁신전략센터를 이끌 사장을 영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국 본사에서는 최고경영자(CEO)보다 보수를 더 줘서라도 핵심 인력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능력·자질이 있는 글로벌 인재를 한국의 기업에 입사하도록 하기까지 긴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본사에 보고해 답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스타트업에 투자해 20~30% 성공만 해도 높은 확률인데도 한국 본사에서는 90% 이상을 기대하기도 했다. 저자가 실리콘밸리의 문화로 운영되는 혁신전략센터와 한국 본사 사이에서 이같은 간극들을 좁히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저자는 실리콘밸리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10년 뒤를 이끌 새로운 사업으로 메타버스, 파운드리, 자율주행차, 로봇,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트윈 시장 등을 지목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부분에서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술력을 강화하고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도 앞으로의 10년을 좌우지할 요소로 꼽았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회사가 기존 해오던 전문 분야가 아닌 신기술에 투자해야 할 때는 벤처캐피탈(VC)을 통해 펀드 형태로 분산해서 투자하는 방법도 조언했다. 또 해외에서 인력을 채용하며 사업을 추진할 때 현지 인사 전문가를 채용하고 해외 정부 및 노동청과 전문 컨설팅회사를 찾아 각종 노무 이슈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추천했다. 우수 인력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중단 및 철수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인력의 재취업을 알선해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혁신 업무란 것이 단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보니 본사가 기대하는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 항상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일을 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의 10년은 미래 혁신의 10대 키워드를 찾아다니면서 글로벌 전문가와 같이 협의하고 그 길을 찾는 여정을 걸어가면서 단절이 아닌 연속의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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