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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옥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의 반 세기 콜렉션, '비누' 만나 향기 낸다

스페이스씨 개관 20주년 기획 초대전

'번역시리즈' 신미경 단독 기획 전시

3월 2일부터 6월 10일까지

신미경,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 전시관 전경. 사진=서지혜 기자




“코리아나 미술관 개관 20주년 기획 전시에 신미경 작가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을까요?”

27일 오전 서울 강남 스페이스씨 개관 20주년 기념 기획 초대전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에서 만난 유승희 관장은 “왜 20주년 기획전에 신미경 작가를 선택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유 관장은 “코리아나 화장품이 1969년부터 수집해 온 수많은 서양화와 고미술 콜렉션과 어울릴 만한 작품을 제작하는 사람은 신 작가 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스페이스씨는 코리아나화장품의 창업자 송파 유상옥 회장이 지난 50여 년간 애정을 가지고 수집한 유물과 미술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설립한 보물 창고다. 코리아나 화장박물관과 미술관이 한 공간에 있는 복합 예술공간이기도 하다. 이 곳은 설립 취지인 온고지신의 정신에 따라 한국 화장 문화의 역사와 유물을 다루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5~6층)과 ’신체', ‘여성’, ‘아름다움’ 등을 주제로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코리아나 미술관이 지하 1~2층에 위치해 있다.



유승희 스페이스씨 관장은 지난 2021년 20주년 개관 행사 기획을 시작하면서 애시당초 신 작가를 주인공으로 점찍었다. 그의 ‘번역 시리즈’ 덕분이다. 번역시리즈 대표작인 ‘트랜스레이션-그리스 조각상(1998년 제작)'은 작가가 런던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헤이워드 갤러리 기획전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지만 지금도 전시실 한 가운데서 위용을 뽐낼 만큼 건재하다. 작품은 비누로 만들어졌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수십 년 간 잘 보존 되었고, 하나의 고전작품처럼 우아하게 색이 바랬다. 여기에 2014년부터 작가가 골동품 액자 프레임을 수집해 복원하고 그림이 있던 자리를 비누로 채워 만든 ‘페인팅 시리즈(2014~2023)’가 더해지면서 코리아나 미술관의 서양화 콜렉션 전시관은 커다란 고전미술 전시회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유 관장이 신 작가만을 염두에 두고 기획을 진행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스페이스씨 측은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과 고미술이라는 이분법적 경계를 허물고 동양·서양, 고전·현대를 교차시키며 새로운 의미를 더한다”며 “이는 고전의 번역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가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신미경 작가, ‘페인팅 시리즈’. 사진= 서지혜 기자


신 작가 역시 이번 전시회의 총 120점의 작품 중 절반 이상인 70점 이상을 신작으로 선보이며 미술관 측의 기대에 화답했다. 실제로 미술관과 작가는 1년이 넘는 시간 함께 조율하며 전시를 준비했다. 작가로서는 2018년 아르코 미술관 개인전 이후 5년 만에 서울 미술관에서 개최하는 개인전인 데다 박물관과 미술관이라는 두 공간의 4개 층 전시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전시인 만큼 미술관 측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며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전시는 오는 3월 2일부터 6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 씨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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