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관측되자 연초 활기를 찾기 시작했던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 시간) 최근 신흥국 채권시장에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자금 흐름 분석 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지난달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의 회사채펀드에 39억 달러가 순유입된 뒤 이달 들어 70억 달러(약 9조 2600억원) 이상이 다시 빠져나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을 빠르게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채권시장에 글로벌 자금이 몰렸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지난해 6월 이후 계속 둔화하며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고용지표가 예상치보다 훨씬 견조하게 나타난 데다 서비스 물가 상승세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되며 상황이 역전됐다. 실제로 정크본드와 미 국채 간 금리 격차는 지난해 말 4.81%포인트에서 이달 초 3.94%포인트까지 좁아졌다가 23일 기준 4.3%포인트로 확대됐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으로 정크본드 수요가 대폭 하락한 한편 안전자산인 장기국채 수요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FT는 “시장의 호황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줄었던 지난달과 달리 투자자들은 신용도가 낮은 채권을 보유하는 데 대해 더 높은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FT는 “선물시장은 당초 올해 말 미국 중앙은행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제는 7월까지 금리가 5.4%로 오르고 금리 인하도 한 번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브랜디와인글로벌투자운용의 존 매클레인 포트폴리오매니저 역시 “당분간 금리는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결국 신용 위험이 큰 부문의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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