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부터 전국 곳곳에서 초등 돌봄이 최대 오후 8시까지 확대 운영되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잡음이 일고 있다. 돌봄 업무 가중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이 돌봄 전담사와의 갈등으로 비화하는가 하면 교육 당국은 교실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돌봄 전담사를 비롯한 교육공무직들이 이달 말 파업을 예고하면서 시작부터 ‘돌봄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등 5개 시도 교육청 내 총 214개 초등학교에서, 서울시교육청 돌봄교실은 관내 초등학교 600여 곳에서 2일부터 개학과 동시에 본격 운영된다.
교육부가 2025년 전국 확대를 목표로 시범 운영에 들어가는 늘봄학교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각각 운영하고 있는 돌봄교실과 보충수업 형태의 ‘방과후 학교’를 연계·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아침 돌봄(오전 7~9시)과 저녁 돌봄(오후 8시)까지 포함해 최장 13시간 동안 운영하며 인공지능(AI)·기초학력·예체능까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당장 개학과 동시에 돌봄이 확대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온전히 교육에만 집중하기도 바쁜 상황에 교사들이 늘어난 돌봄 업무까지 짊어지게 생겼다는 주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각 시도 운영 계획을 살펴보니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채용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며 “결국 시범 학교 운영이 끝나면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의 업무는 고스란히 다른 교사에게 전가돼 교육부가 밝힌 ‘업무 경감’ 방침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교사와 돌봄 전담사 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돌봄 전담사들은 늘봄학교로 인해 근무 조건이 달라졌다며 ‘전담사에게 늘봄 업무를 맡기지 말라’는 공문을 학교장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교원 단체들도 곧바로 ‘교사에게 업무를 맡기지 말라’는 공문을 학교장에게 앞다퉈 보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최대한 학교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력을 지원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며 “시범 운영이 현장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각종 노조나 단체, 그리고 학부모들과의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부터 자체적으로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오후 7시에서 8시로 연장한 서울시교육청은 교실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돌봄교실 대기 인원은 300여 명에 이른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장에게 교실을 확보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공간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면서 대기 인원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서울시 초등학생 수가 38만 70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대기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교육청은 지역 도서관 등을 활용해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악재는 또 있다. 돌봄 교사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의 파업 가능성이다. 학비연대와 시도 교육청은 최근 임금 교섭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교섭이 결렬되면서 학비연대는 3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비연대가) 총파업에 나설 경우 늘봄학교와 돌봄교실의 파행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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